증권사-은행 ‘수신전쟁’ 막 올랐다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동양종금증권 소액지급결제서비스 시작

은행과 증권사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고객 돈 유치 경쟁에 나서는 ‘수신(受信) 전쟁’의 막이 올랐다. 3일 동양종금증권은 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소액지급결제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동양종금증권 CMA 가입자들은 이날부터 은행 가상계좌를 거치지 않고 계좌이체와 지로수납, 인터넷 쇼핑 결제 등을 제한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은행으로 자금을 이체할 수 있는 시간이 서비스 시작 전에는 오전 7시 10분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됐지만 이날부터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30분으로 확대됐다. 야간과 공휴일에도 가입자가 설정한 이체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이체가 가능하다.

소액지급결제서비스란 지금까지 은행에서 담당했던 어음이나 수표의 결제, 지로나 공과금의 자동이체 등 현금을 직접 이용하지 않는 지급 결제를 말한다. 올해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증권 계좌로도 이용할 수 있게 확대됐다. 그동안 CMA 계좌로는 특정 계좌로 이체하기 불편하거나 지로요금 납부와 거래 시간에 제약을 받는 등 제한이 많았지만 이제 증권사의 CMA 계좌도 사실상 은행 계좌와 같은 기능을 갖는 셈이다.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 등 13개 증권사도 31일부터 소액지급결제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은행과 증권사의 수신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CMA가 6월 1일부터 신용카드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지급결제기능까지 갖추면, 은행 통장과 기능이 같으면서 연 2∼2.5%(은행의 보통예금은 약 0.1%)의 ‘고금리’라는 장점까지 지니게 된다. 증권업계는 은행의 수신 자금이 증권사로 대거 옮아오는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솔로몬투자증권 손미지 연구원은 “4월 기준으로 저축예금 시장 규모가 100조 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20조 원이 은행에서 증권사 계좌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은행권도 CMA의 고금리에 맞서 한 단계 진화한 수시입출금식 통장을 속속 내놓으면서 수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은행들은 이체, 출금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연 4%대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을 예치하면 별도의 고금리 계좌로 자동이체되는 ‘스윙 통장’ 등도 CMA에 대항하는 은행권의 전략 상품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