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수 사장이 밝히는 막대풍선의 역사

  • 입력 2008년 10월 27일 08시 44분


막대풍선 독점 쏠쏠하냐고요? 하하…

야구장에서 최고의 응원 도구는 단연 막대 풍선이다. 한 세트로 된 두개의 막대 풍선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우렁찬 소리와 함께 통일된 응원의 느낌을 만들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북과 징, 꽹과리 등 전통적인 응원 도구들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언제부터 막대 풍선이 야구장을 휩쓸게 된 것일까.

프로야구 독점 상품화 업체이자 막대 풍선 제작·판매사인 네포스 전태수 사장에게 막대풍선의 역사를 들어봤다.

○ 1세대는 빨대를 이용한 PE 풍선

응원도구로 막대 풍선을 처음 도입한 구단은 LG.

1990년 대 초반 K업체가 특허를 내 P.E(폴리에틸렌) 재질의 막대 풍선을 만들었고, 이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당시 막대 풍선은 별도의 빨대가 있어, 이를 주입구에 넣고 불어 사용했다.

응원도구로 막대 풍선을 이용한 것은 세계 최초다.

1990년 대 중반 들어 막대 풍선을 만드는 모방 업체가 많이 등장했다. 이로 인해 송사도 적잖았다. 당시 1000원에 팔린 막대 풍선은 전부 기계로 제작됐는데 도수(풍선에 새겨지는 인쇄 컬러 수)와 수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0∼600원에 공장도가가 형성됐다.

○ 2세대는 PVC 풍선

2001년 막대풍선은 진화한다.

P.E 재질은 빨대를 이용하면 재사용이 가능한데도 대부분의 관중들이 경기가 끝나면 빨대를 버렸고, 따라서 풍선도 쓸모없게 됐다. 이는 야구장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만들었고, 문제가 대두됐다.

이런 상황에서 전태수 사장은 물놀이 튜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재사용이 가능한 막대 풍선을 제작한다.

물놀이 튜브와 똑같은 PVC로 재질을 바꿨고, 빨대가 없어도 되고, 기계 대신 수작업으로 컬러를 그렸다. 단가 상승과 함께 판매가도 2000원으로 올라갔지만 야구팬들의 호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야구장 내 공기주입기를 설치하자 팬들은 막대 풍선의 바람을 빼 집에 갖고 갔다가, 다음 경기에 와서 재사용하기 시작했다.

○ 막대 풍선은 계속 진화한다

전 사장은 현재 LG와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에 막대 풍선을 독점적으로 제작 판매하고 있다.

수익이 쏠쏠할 법하다. 하지만 고민이 적잖다. 재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막대풍선의 수익이 늘지 않아서다.

“예전에는 전체 관중의 1/3, 큰 경기는 1/2 정도가 막대 풍선을 구매했는데 지금은 1/4∼1/5 정도만 사세요. 1만 명이 오면 2500세트 밖에 안 팔린다는 얘기죠. 제가 아이디어를 낸 거지만 그만큼 재사용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오히려 재미를 못 보네요.”

재사용이 가능한 막대 풍선은 재미있는 사실도 밝혔다. 막대 풍선을 재사용하는 사람들을 골수팬이라고 볼 수 있는 데, 잠실구장의 경우 7000∼8000명 정도가 야구에 푹 빠진 골수팬이라는 게 전 사장의 주장이다.

전 사장은 차세대 막대 풍선을 현재 구상 중이다.

과연 내년에는 막대 풍선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문학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 = 문학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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