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공무원들이 ‘줄 설 곳’은 국민이다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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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특정 정당을 옹호하거나 비난해 선거 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법의 처벌을 받습니다. 이 규정은 현행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흔들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남북 정상회담 연기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e메일을 4만여 명에게 보낸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었습니다.

물론 과거 정권에서도 선거철만 되면 국가정보원 등 몇몇 특수한 정부 조직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적지 않았죠. 그러나 올해 들어 이 같은 사례가 일선 정부 부처 및 일부 공기업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올해 정부 부처들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은 연초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 개헌론을 주장할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1월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한 바로 다음 날 재정경제부는 내부 문건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A4용지 12쪽 분량의 이 문건은 “잦은 선거는 막대한 사회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며 개헌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죠. 재경부는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내부 참고용일 뿐 공식 견해는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한나라당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에는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기업과 국책연구기관들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 보고’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대운하 공약이 경제성과 환경성 등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도 당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작성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렇게 공무원들의 정치 개입 논란이 일 때마다 정부는 항상 “별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단순 실수일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민감한 시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특히 공무원들은 더욱 언행을 조심해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합니다.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들의 주인은 현직 대통령이나 특정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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