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인문서 ‘만들어진 신’ 열풍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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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상식에서 벗어나도 종교는 왜 베스트셀러인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 한 달 만에 4만3000부나 팔렸단다. 내용이 까다롭고 분량도 500페이지가 넘는 인문서가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만들어진 신’의 메시지가 눈길을 떼기 힘들 만큼 강렬한 탓이다.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은 이제 필요 없을뿐더러 없애 버려야 할 존재다. 종교 때문에 숱한 다툼이 일어나며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지 않는가. 종교는 합리가 지배하는 세상에 퍼진 암과 같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예로 들어 보자. 집안의 신념에 따라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주장은 별 호소력이 없다. 하지만 ‘신앙’에 따라 군대에 갈 수 없다고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신앙은 가장 존중받아야 할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종교를 등에 업은 폭력들이 넘쳐난다. 어떤 이가 자기 부인을 ‘보호’한다며 온 몸을 천으로 가리라 했다면 어떨까? 과학 교과서의 지식 대신 수천 년 전에 누군가가 세상을 만들었다고 믿게 한다면? 당연히 제정신이 아닐 터다.

그렇지만 ‘종교적 믿음’은 이 모든 일에 면죄부를 준다. 과학적 상식에 한참 벗어나도 ‘종교적 믿음’은 존중받는다. 갓난아기의 몸을 도려내는 할례 등도 종교예식이므로 막지 못한다.

종교에는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끔찍하다. 과학은 증거와 사례를 들이대며 무엇이 더 옳은지를 토론하게 하지만, 종교는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고만 한다. 광신자들이 참혹한 짓을 저지르고도 거리낌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러한 도킨스의 분석이 충격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종교 비판은 17세기 서양에서 더 치열했다. 첨단과학 시대에 접어든 지금, 종교는 되레 사회의 중심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왜 그럴까?

도킨스의 지적은 종교 자체라기보다 종교에 묻은 사회 문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슬람을 예로 들어 보자. 이슬람은 우리에게 전쟁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러나 전쟁의 그림자는 아랍 부족사회의 전통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이슬람은 오히려 부족 간의 갈등을 이슬람 특유의 평화와 용서의 교리로 끌어안으려 한다.

수준 높은 종교들은 모두 평화와 용서, 사랑과 자비를 강조한다. 높은 경지에서는 종교들이 화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진정한 신앙인은 종교가 이루고자 하는 가장 높은 가치를 바라볼 줄 안다. ‘만들어진 신’은 종교에 대한 사회의 높은 관심을 확인해 주었다. 바람직한 종교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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