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현]싼 것도 좋지만 핵심은 역시 안전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02분


코멘트
“지금 당장이라도 국제선에 취항할 준비가 돼 있다.”

“대형 사고가 또 일어나면 치욕이 재연될 수 있다.”

16일 경기 고양시 대화동 한국교통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항공운송사업 면허 체계 및 국제선 면허 기준’에 대한 공청회장.

저가항공사의 국제선 취항 요구를 놓고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한성항공과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의 논쟁이 회의장을 뜨겁게 달궜다.

저가항공사의 국제선 취항 요구가 수용된 뒤 혹시 대형 항공사고라도 나면 2001년 국가항공안전등급이 2등급으로 떨어졌던 일이 재연될 수 있다고 국적항공사들은 주장했다. 저가항공기의 안전 문제가 표적이었다.

그러나 주제 발표자인 김연명 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실장은 “세계적으로 항공 자유화 정책에 따른 저비용 항공사들의 국제선 본격 진출이 대세”라고 말했다.

일본만 해도 2000년부터 과감한 규제 완화로 10여 개의 저가 항공사가 운항하고 있고 앞으로 한국과 중국 사이의 운항은 무제한 허용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한국의 국적항공사들은 국제선과 대형기 위주의 운항을 하기 때문에 국내선이나 단거리 국제선에는 저비용 항공사들이 더 적합하다는 게 대다수 항공 전문가의 견해였다.

김 실장은 “저가항공사의 국제선 취항도 3년 이상 국내선 운영 경험을 충족시키면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저가항공사나 대형 항공사 대표 모두 불만을 나타냈다.

제주항공 측은 현행 운항 증명에 따르면 당장 일본이나 중국에 취항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노선 면허를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대형 항공사 측은 “세계적으로 국제선 사고가 국내선 사고보다 2배 정도 잦고 사망자 수는 20배 정도 많이 나온다”며 “국제선 취항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논쟁이 자칫 신생 저가항공사와 기득권을 가진 대형 항공사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문제의 본질은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권리’를 고객들에게 보장해주는 데 있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김기현 사회부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