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經濟’ 잃고 DJ식 ‘平和 장사’에 나서는 사람들

  • 입력 2007년 8월 13일 2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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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김대중(DJ) 도서관에서 열린 DJ의 도쿄 피랍 생환 34주년 행사는 범여권의 대선 주자와 정치인이 대거 참석해 DJ의 위세를 실감케 했다. 요즘 DJ의 파워는 현직(現職) 대통령을 능가하는 것 같다. 그가 전직(前職)인지, 현직인지 헷갈릴 정도다.

최근 DJ는 훈수 수준을 넘어서 현실정치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범여권 대선주자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핵문제 해결 자체가 (남북 정상회담의) 부담이 돼선 안 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대통합신당을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서도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DJ의 몇 마디 말에 따라 정치 주변부의 좌파 시민운동권, 열린우리당 탈당파,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이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고, 민주신당은 다시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을 선언해 이른바 반(反)한나라당 연합전선이 거의 완성 단계다.

그동안 “정상회담 자체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신중론을 펴던 노 대통령은 임기 말에 결국 DJ가 주장한 ‘정상회담의 제도화, 정례화’를 뒷받침하려 한다. 정상회담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경제 실정(失政)에 등 돌린 민심을 붙잡기 위한 평화 이벤트로 활용되는 조짐이 없지 않다.

대선 정치판을 보면, 친노(親盧)그룹까지 범여권 대통합에 합류했으니 칼자루는 DJ가 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은 정부를 대표하고 있을 뿐이고, 범여권의 실제 권력은 DJ의 수중에 들어간 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노, 비노(非盧)를 가릴 것 없이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정상회담 특수(特需)와 DJ 고정표를 엮어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오늘의 풍경이 바로 그것을 말해 준다.

‘노무현 디스카운트’로 허덕이는 ‘도로 우리당’의 대선 주자들에게 DJ는 실패한 경제 대신 ‘빛 좋은 평화장사’의 밑천을 대주고 ‘장터’까지 마련해 줬다. DJ의 동교동은 평화장사로 대박을 터뜨리려는 주자들로 바야흐로 문전성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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