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고구려, 둘로 쪼개지나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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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 일대 고구려 보루.
아차산 일대 고구려 보루.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고구려 역사박물관을 세우려 하고 있다.

두 지자체는 바로 아차산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경기 구리시와 서울 광진구.

고구려 역사를 복원하려는 노력은 의미가 있지만 두 지자체가 같은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해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순 구리시장과 정송학 광진구청장은 4월 ‘고구려 관광문화 벨트 조성 사업’을 함께 벌이기로 구두 합의하고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사업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두 지자체 사이에 경쟁이 붙기 시작했다.

구리시민들이 주축이 된 ‘고구려 역사문화 보전회’는 지난달 16일 행정자치부에 ‘고구려 기념관’ 기부금 모집 등록을 했다. 10월부터는 범국민 성금 모금을 시작할 예정이다.

구리시는 성금에 경기도 지원비(사업비 330억 원)를 합쳐 교문동 산 143-8 일대 9396m²의 땅에 박물관을 지을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 2000억 원을 투입해 고구려 테마파크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광진구청 측은 “협의체 구성도 안 했는데 구리시가 앞서 나갔다”며 당황한 표정이다. 광진구는 일찌감치 아차산 배수지 맞은편 광장동 384-8, 4만1082m²의 땅에 박물관과 테마공원 터를 마련해 놓았다.

광진구 관계자는 “서울시민의 접근이 용이한 광장동이 박물관 터로는 더 적합하며 구리시에 테마파크를 세운다면 박물관은 당연히 광진구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영순 구리시장은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6년부터 사업을 추진한 광진구와 달리 1994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온 구리시는 사업 진행에서 앞서 있다. 구리시는 아천동의 아차산 자락에 고구려 대장간 마을 조성사업을 시작해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광진구는 고구려 사적이 광진구에 더 많다는 점을 들어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광진구 측은 “아차산 인근에서 발굴된 옛 고구려의 보루 17개 중 절반이 넘는 9개가 광진구 안에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사업이 동시에 추진돼 예산 낭비 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 관광문화 사업에 대한 구리시와 광진구의 의견 차이
구리시구분광진구
서두를 필요 없다협의체 구성서둘러 구성하자
박물관, 테마파크 모두 구리시에 설립사업 방안테마파크는 구리시, 박물관은 광진구에 설립
연말까지 고구려 광개토태왕비와 대장간 마을 완공사업 추진 현황박물관 터 매입비 50억 원 마련 및 관련사업 타당성 검토 중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신상진(24·고려대 언론학부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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