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 업무 결재… 나도 엄지족” HON 노희옥 회장

  • 입력 2007년 5월 17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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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은 투박했다. 마디가 툭툭 튀어나온 굵은 손가락에는 흉터 자국도 가득했다. 마치 격투기선수의 손 같았다.

하지만 이 손은 보석을 다듬는 손이다. 미니골드라는 패션주얼리 브랜드로 유명한 HON의 노희옥(55·사진) 회장은 이 손으로 금, 은, 보석을 깎아 목걸이와 귀고리 등을 만들었다. 그가 액세서리 기술을 익힐 때마다 그의 손에는 상처가 늘어났다.

최근 그 손에 새 기술 한 가지가 더해졌다. 특히 왼손을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올해 초 그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업무규정’을 설명했다. ‘문자보고 지침’이었다. 그는 “보고하려고 전화로 상급자를 찾거나, 결재 서류를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는 대신 이를 한글 40자짜리 문자로 대신하고 업무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그 뒤 노 회장 본인도 직접 ‘엄지족’으로 변신했다. 얼마나 빨리 문자를 입력하느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봤다. 이내 답문이 왔다. “젊은 사람과∼겨뤄! 이김!ㅋ∼^^*”

그는 “내가 성격이 불같아서 전화나 보고를 할 때 직원들에게 화를 잘 냈더니 커뮤니케이션이 불편해지더라”며 “한글 40자짜리 보고를 여러 장의 서류로 만들면 낭비”라고 말했다.

직원들도 만족해했다. ‘호랑이 회장님’과 얼굴 마주칠 일도 줄었고, 보고 업무도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HON의 액세서리 전문 체인점 미니골드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1호점을 낸 것은 1996년 1월. 이후 미니골드는 팬시용품점 같은 인테리어와 저렴한 14k 금 제품 위주의 상품을 무기로 젊은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최근 10년 동안 미니골드 체인점은 전국에 150여 개로 늘어났고, HON의 지난해 매출은 358억 원에 이르렀다. 그동안 후발 업체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미니골드는 여전히 점포 수와 브랜드 파워 평가 등에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다음 달이면 노 회장이 HON이라는 회사 이름을 걸고 사업을 시작한 지 30년이 된다. 그의 거친 두 손이 이룬 성취다.

헤어지면서 악수를 나눴다. 그의 오른 손목에서는 금팔찌가, 왼손 약지에서는 체스판 무늬의 금반지가 반짝였다. 어쩐지 헤비급 복서의 얼굴에 화장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묘하게 어울렸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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