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조폭(조직적인 폭주족)’의 세계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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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커버’ 길트고 ‘뒤커버’ 경찰막고… 역할분담

“폭주 심심하면 112신고” 행동수칙도 만들어

서울 서초경찰서는 13일 도로에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몰고 나와 교통 흐름을 막고 곡예 운전을 하는 등 폭주족 활동을 해 온 혐의(일반교통방해 등)로 폭주족 카페 운영자이며 리더인 오모(24)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모(17) 군 등 2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주 과정에서 절도나 폭행 혐의가 없이 오직 폭주만으로 폭주족이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검거를 통해 폭주 혐의만으로 폭주족을 처벌할 수 있는 선례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 이들은 단순히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역할과 행동수칙을 통해 체계적인 방법으로 폭주 행각을 벌여 온 사실이 확인됐다.

5년간 폭주족으로 활동했다는 백모(19) 양은 “보통 2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다니기 때문에 ‘막무가내식 폭주’로는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어렵고 대형사고를 당할 가능성도 커 역할 분담과 행동수칙이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폭주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리더’ ‘칼받이’ ‘뒤커버’다.

폭주족 회원 중에서도 가장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맡게 되는 데 리더는 폭주대열의 지휘자로 야광봉을 이용해 대열의 주행 방향과 속도를 조정한다.

칼받이는 ‘앞커버’라고도 불리며 폭주 대열이 교차로를 지나가고 중앙선을 넘을 때 굉음을 울리며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는 일을 담당한다. 뒤커버는 경찰차가 폭주 대열의 뒤에서 추격해올 때 막는 역할을 한다.

행동수칙도 구체적이다.

행동수칙은 ‘리더 지시에 따른다’ ‘리더를 추월하지 마라’ ‘카폭(자동차)은 1차로로 다닌다’ ‘폭주 시 심심하면 112에 신고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행동수칙을 따르지 않는 폭주족들은 다른 회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대열에 끼워주지 않는 등 ‘왕따’를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에 검거된 폭주족들 중에는 승용차 견인차 구급차 등 차량으로 폭주를 한 20, 30대 폭주족도 여러 명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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