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미국의 ‘재산세 반란’

  • 입력 2007년 5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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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소유자들이 ‘세금 반란’에 나섰다.”

한국 이야기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 29일자에서 최근 미국의 주택 소유자들이 재산세에 보이는 거부 반응을 전하면서 이런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전역에서는 재산세의 기준이 되는 주택 가격 산정을 다시 해 달라는 이의 제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아이다호 주(州) 보너 카운티에서는 지난해 재산세의 이의 제기가 2732건이 들어왔다. 전년도 100여 건의 27배에 이른다. 업무 폭주로 카운티의 담당부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플로리다 주의 리 카운티에서도 지난해분 재산세의 이의 제기가 2900건으로 전년도의 3배가량에 달했다.

하와이 주 호놀룰루에서도 재산세의 근거가 되는 주택 산정 가격이 매년 급등하자 올해 7300여 건의 이의 신청이 들어왔다.

미국에서 주택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집이 있는 사람이 지방정부에 내는 지방세. 따라서 전국 단위의 주택 가격 데이터베이스(DB)가 없다. 지방정부가 감정인들의 평가를 기초로 주택 가격을 매긴다.

미국에서 최근 재산세 부과에 따른 주택 소유자들의 이의 제기가 급증하는 것은 그동안 장기호황을 구가하던 주택시장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냉각되고 있기 때문. 주택 가격은 내리는 가운데 재산세는 거꾸로 계속 오르자 주택 소유자들이 조세 저항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실제로 재산세에 이의를 신청하면 세금이 상당히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효율적인 ‘세(稅)테크’로도 주목받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처럼 재산세에 불만을 갖는 주택 소유자가 늘어나자 수수료를 받고 이의 신청을 대행해 주는 신종 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끈다. 주택 소유주로선 일정 부분 수수료를 내더라도 세금 환급 액수가 더 많으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침묵하기보다는 근거를 대서 문제를 제기하면 반드시 혜택이 돌아오는 미국의 시스템도 작용한다. 미국에선 교통신호 위반으로 딱지를 떼여도 법원에 직접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대체로 범칙금 액수가 감면된다.

자신의 권익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 이기심으로 비난받기보다는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 미국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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