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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2006년의 초상]<5>캥거루족 자녀 허리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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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2006년의 초상]<5>캥거루족 자녀 허리휜다

입력 2006-11-21 02:56수정 2009-10-0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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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 졸업 시켜도 애들한테서 놓여나질 못해”

18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예식장.

훤칠한 청년들과 짝을 지은 50대 여성 3명이 신랑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눴다.

신랑과 청년들은 중학교 동창. 아이들이 중학교 다닐 당시 어머니회 활동을 함께하며 친해진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장성해서도 여전히 모임을 갖고 있다.

“OO 엄마, 축하해. 이제 숙제 하나 덜었네.”

“하나 덜긴요, 모르는 소리… 이제부터가 시작이에요.”

결혼식이 끝나자 아들들은 “술 한잔 마시고 가겠다”며 따로 나갔고, 남은 어머니들도 “오랜만에 만났으니 차나 한잔 하자”며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A(56) 씨는 아들 둘, B(56) 씨도 1남 2녀를 둔 가정주부이며 C(51) 씨는 아들 셋을 둔 사업가다.

“예전엔 애들 결혼만 시키면 부모로서의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그렇지도 않아.”(A 씨)

“딸은 시집보내면 출가외인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우리 딸은 반찬 만들어 보내 줘야지, 남편하고 사이는 좋은지 신경 쓰이지…. 이건 뭐 아직도 같이 사는 것 같아.”(B 씨)

“아휴, 대학만 보내면 끝일 줄 알았는데…. 요즘은 애들이 워낙 이혼을 많이 하고 취직도 잘 안 되니까, 대학 졸업 뒤에 걱정거리가 오히려 늘어나요.”(C 씨)

대학 졸업하고도 취직 못해서 함께 사는 자식은 자식대로 걱정, 취직해서 맞벌이 부부가 된 자식의 경우는 애 키워 달랄까봐 걱정이라며 세 사람은 한숨을 쉬었다.

#2 “부모님 도움이 특별한 건 아니잖아요?”

17일 밤 서울 종로의 한 생맥줏집. 50대 부모를 둔 20대 회사원 두 사람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회사 동료인 두 사람은 취업은 했지만 부모로부터 ‘독립’은 아직 하지 못했다.

“부모님이 지방에 사시는데, 취직하기 전까지 생활비를 매달 70만 원 정도 보내 주셨어요. 지금은 거의 제 벌이로 생활하지만 지난 여름휴가에 해외여행 갈 때는 부모님이 경비를 일부 보태 주셨죠.”(2006년 취업한 27세 회사원 신모 씨)

“내년 3월에 결혼할 건데, 결혼비용으로 부모님께 4000만 원만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돈을 벌긴 하지만 아직 집 마련할 정도는 못 되니까요.”(29세 회사원 김모 씨)

신 씨는 “부모님이 도와주셔서 감사하기야 하지만 주위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다. 특별히 감사하다고 말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여행 가서 여자 친구 선물은 사 왔는데 돈이 모자라 부모님 선물을 못 챙긴 것은 죄송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결혼하면 일단 부모님과 따로 살다가 출산한 뒤 합칠 계획”이라며 “결혼 상대도 직장을 갖고 있어 맞벌이를 할 텐데 아이를 맡아 키워 줄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이들을 ‘캥거루족’이라고 부른다. 부모의 집에 기거하며 무료로 숙식을 해결하는 이들의 생활태도를 캥거루 새끼가 어미 배 속에 달린 주머니 안에서 자라는 습성에 빗대어 만들어진 말이다.

캥거루족은 50대가 향후 자신의 노후 계획을 세우는 데 풀어야 할 ‘고차 방정식’ 같은 것이다. 현재 20, 30대 청년층의 부모 연령이 주로 50대라는 점 때문이다.

지금의 50대가 20대였던 1960, 70년대에는 성인이 된 자녀는 취업하고 결혼해서 자립하는 것이 일반적인 가족관계의 모습이었다.

상당수는 노쇠한 부모와 다른 가족의 뒷바라지를 감당하기도 했다. 어릴 때는 부모가 돌보다가 부모가 연로하면 자식들이 돌보는 경제적 지원의 품앗이가 자연스레 이뤄지며 상호 간에 ‘보이지 않는’ 균형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취업난의 지속과 높아진 결혼 연령, 그리고 가족관의 변화로 이러한 균형이 깨지고 있다.

김태현(가족복지학) 성신여대 교수는 “현재 50대가 가장인 한국의 가족관계나 가족가치관은 부모세대의 일방적 희생이 당연시돼 버린 위기상황”이라며 “20, 30대 자녀들이 정신적으로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간섭을 싫어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예전보다 훨씬 오랫동안 의지하는 모순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캥거루족으로 인한 가족관계의 왜곡은 50대의 정신적 소외감과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본보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16∼23일 전국 50대 8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캥거루 자식’들로 인한 50대 부모의 암담한 심정이 드러난다.

‘향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묻는 질문에서 겨우 13.6%만이 ‘자녀’라고 답했다. ‘자녀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71.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자신이 속한 50대에 불만이 많다’고 한 응답자 713명은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이나 여유를 갖지 못한 세대’(31.8%)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부담을 모두 갖고 있는 세대’(29.9%)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한 것에 비해 보상은 적은 세대’(21.3%)라는 이유를 들어 전반적으로 가족관계에서 소외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애물단지이기도 하고 삶의 보람이기도 한 자식. 그러나 캥거루족으로 나이 들어가는 자식들을 둔 50대 부모들에게 전문가들이 주는 조언은 간결하고 단호하다.

“자식에게 절대 돈 줄 생각을 하면 안 된다. 현재의 50대는 75세까지 현역으로 뛸 준비를 해야 한다. 노후를 자식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야 한다.”(이시형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장·전 강북삼성병원장)

빚 쪼들려도 반찬 없어도 모른 체하라

■ 캥거루족 자녀 막으려면

독일의 교육학자 알베르트 분슈(62) 씨는 저서 ‘아이에게 노(NO)라고 말하라’에서 부모의 자녀를 향한 과잉보호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마약”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관점에서 본다면, 20, 30대 캥거루족에 대한 한국 부모의 아낌없는 지원은 ‘초(超)과잉보호’ 상태다.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은 집안에서 캥거루족 자녀를 몰아내는 5가지 실질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강 소장이 제안한 실천 지침의 첫 번째는 ‘자녀가 20세가 되면, 완전한 주거·경제적 독립 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 서로 협의할 것’이다. “경제적 지원을 끊을 구체적인 시점을 정하지 않으면 자녀가 부모의 돈을 믿고 계획성 없이 취업과 자립을 자꾸 늦추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

두 번째는 ‘결혼한 자녀의 육아나 살림에 간섭하거나 관여하지 말 것’. 부모에게도 강력한 결심이 필요한 항목이다. 강 소장은 “반찬을 못 만들어 밥을 굶든 카드 빚 때문에 허덕이든 결혼한 이후의 자녀생활 문제는 부모의 삶에서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부모에게도 자식에게도 약이 된다”고 조언했다.

세 번째는 ‘독립한 자녀가 부모 집을 찾아올 경우에는 미리 연락을 해서 허락을 받도록 할 것’. 분가한 자녀가 집에 불쑥 찾아오는 일이 반복되면, 독립한 뒤에도 부모와 자녀의 소속 및 재산 영역 구분이 흐려져 자립심이 저하되기 때문.

그러나 이런 원칙들이 자녀를 적대시하거나 관계를 단절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부모와 자식 관계는 양자의 경제적 독립과는 별개로 여전히 가장 기초적이고 소중한 인간관계다. 따라서 ‘전화나 대화를 자주 하며 부모 자식 간의 정서적 교류를 유지할 것’을 강 소장은 강조했다.

그러나 다섯 번째 원칙은 단호하다.

“경제적 지원을 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키워 준 부모에게 등을 돌리거나 불평하는 자식이 있다면,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가족관계를 청산하겠다는 각오로 부모가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캥거루족을 막는 부모의 5가지 원칙’▼

[01] 자녀가 스무 살이 되면 언제까지 부모 집에 기숙하고 용돈을 받을 것인가를 협의해 구체적으로 지원을 중단할 시기를 정하라.

[02] 부모의 집은 부모의 집,자식의 집은 자식의 집. 결혼한 자녀의 육아,경제,살림에 일절 간섭하지 말라.

[03] 독립한 자녀가 부모의 집을 방문할 때는 미리 연락을 해서 허락을 받도록 하라.

[04]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자녀와 전화나 대화를 자주 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유지하라.

[05] 경제적 지원문제로 자녀가 부모에게 반항하고 등을 돌린다면,단호하고 분명하게 “안 된다”고 말하라.

<특별취재팀>

▽사회부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교육생활부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문화부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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