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23년 투탕카멘 무덤 공개

  • 입력 2006년 2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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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좀 보입니까.”(카나본 경)

“상상할 수조차 없는 아름다운 유물로 가득합니다.”(하워드 카터)

그들은 ‘왕들의 골짜기’에서 발견한 한 무덤 앞에 서 있었다. 입구에 조그만 구멍을 내고 무덤 안을 들여다 본 영국 고고학자 카터와 그의 후원자 카나본 경은 입이 딱 벌어졌다. 내부는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카터가 찾아낸 것은 고대 이집트 제18왕조 12대 파라오(왕) 투탕카멘의 무덤. 3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1923년 2월 16일 드디어 투탕카멘 무덤의 문이 활짝 열렸다.

왕의 미라는 세 겹으로 된 황금관 속에 눕혀 있었다. 얼굴에는 무게가 11kg이나 되는 황금가면이 씌워 있었고 수많은 보석과 부적이 미라를 휘감고 있었다.

투탕카멘 무덤 발굴은 세계 고고학계를 뒤흔들었다. 1800년대 초부터 이집트 룩소르 지역 ‘왕들의 골짜기’에서는 여러 개의 무덤이 발굴됐지만 모두 텅 비어 있었다. 도굴꾼들이 이미 훑고 간 뒤였다. 20세기 들어 이집트에서는 더는 발굴할 만한 왕릉이 없다는 것이 고고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카터는 발굴된 무덤 중 투탕카멘의 무덤이 빠져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6년 동안 찾아 헤맨 끝에 람세스 2세와 6세의 무덤 사이에 감춰져 있던 투탕카멘 묘를 발견했다.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고 거의 완전한 형태로 남겨진 왕릉이었다.

발굴된 3400여 점의 유물을 복원하는 데는 무려 10년이 걸렸다. 카터는 발굴의 핵심이 발견이 아니라 복원과 수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시대를 앞선 고고학자였다. 덕분에 투탕카멘 유물은 카이로 박물관에 거의 발굴 당시의 형태로 전시돼 있다.

투탕카멘(기원전 1361∼기원전 1352년 재위)은 생전에 보잘것없는 왕이었다. 9세에 왕좌에 올라 막후 권력자들에게 휘둘리다 9년 뒤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그러나 그는 30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화려하게 부활해 이집트의 잃어버린 역사를 되살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래서 죽음의 순간 그의 표정이 그처럼 평화롭게 보였던 건가.

“얼굴에 감겨 있던 천을 풀어헤치자 그가 나를 향해 미소 짓는 듯했다. 변변한 권력 한번 누리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젊은 왕의 표정이 이토록 차분해 보일 수 있을까.”(카터의 저서 ‘투탕카멘의 무덤’ 중에서)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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