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건무]관람객 중심 박물관으로 거듭날 것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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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에 새 터를 마련한 국립중앙박물관이 4일로 재개관 100일을 맞는다. 작년 10월28일 문을 연 후 44일 만에 100만 명을 넘었고, 100일간의 관람객이 180만 명이나 돼 ‘박물관 신드롬’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다. 아마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시설과 전시 규모에 국민이 자부심을 느낀 데다, 그동안 전시다운 전시에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려운 문화재의 이름을 쉬운 말로 풀어 쓰고 화상안내기와 음성안내기를 마련하는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전시기법을 도입했다. 또 새로운 감각에 맞는 영상패널과 조명 등을 채택했다. 전시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감동을 전하기 위한 것.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이 찾아 주실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건물 규모와 전시 내용뿐만 아니라 관람객 수에 있어서도 외국의 유수 박물관들과 견주어 손색없는 문화의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은 생활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며 과학에 대해 탐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국민이 관람함으로써 지식을 얻고 이를 풍부하게 상호 교환하면서 호기심과 비판정신을 날카롭게 하며 감성을 풍부하게 하여 기쁨을 느끼고 창조성을 자극하여 일상 작업 활동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조르주 앙리 리비에르 국제박물관협의회 초대 회장의 말처럼 교육과 즐거움, 내일을 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에게는 박물관만큼 좋은 교육 장소가 없다. 오늘날의 학교 교육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얘기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의무적·일률적’이라는 대목이다. 특정한 수준과 내용에 대해, 일제히 함께해야만 하는 교육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쉬 싫증을 느끼고 거부감을 표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박물관 교육엔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부분에 대해 ‘개인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병설 ‘어린이박물관’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빗살무늬토기 등을 직접 만져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금관이나 돌칼을 직접 만들어 보는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고민은 관람객 수용 문제다. 하루 6회, 회당 150명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늘 예약이 밀리는 것. 어릴 때부터 박물관을 친숙하게 여기고 배움이 귀찮고 괴로운 것이 아니라 즐거움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려는 어린이박물관의 설립 목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랄까. 현재 어린이박물관의 리모델링과 증축을 검토하고 있다.

요즈음은 단체관람객보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과 소그룹 동호회의 관람객이 부쩍 늘었다. 어린이가 유물을 보고 있고 어머니가 옆에서 설명해 주는 모습이나 ‘국립중앙박물관 자세히 보기’ 답사 모임 등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이러한 ‘박물관 문화’가 잘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유산은 비록 옛것이지만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찾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이 박물관이다. 범람하는 오락과 여흥으로 가벼움이 넘치고, 질이 높은 문화를 향유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이다. 이런 데 빼앗긴 관람객을 되찾아 오기 위해 박물관은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박물관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고 애쓰고 있으며, 새로우면서도 재미있는 전시와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도 꽤 좋다. 아직 못 와 보셨다면 어떤가? 주말에 아이들 손을 잡고 한번 들러 보는 것이. 그리고 고인(古人)과의 대화를 통해 가족 간의 대화도 한번 복원해 보시는 것이….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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