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브로커’ 윤상림씨 강원랜드서 250억 환전

  • 입력 2005년 11월 2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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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법조 브로커의 정관계 로비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金敬洙)는 27일 브로커 윤상림(53·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 사장·구속) 씨가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에서 돈세탁과 도박 등을 위해 환전한 돈이 250억 원가량인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검찰은 강원랜드에서 칩으로 환전된 250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중으로 계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표 83억 원을 포함해 윤 씨가 강원랜드에서 실제 사용한 돈의 정확한 규모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윤 씨가 배서한 수표 가운데 일부가 사건 청탁을 위한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윤 씨의 차명계좌 10여 개의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이들 차명계좌의 예금주와 이 차명계좌에 돈을 입출금한 적이 있는 관련자를 파악해 조사할 방침이다.

윤 씨는 유력 인사가 상을 당했을 때 빈소 마련부터 발인까지 도움을 줬으며 조위금으로 5000만 원을 제공하는 등 고위 인사의 경조사까지 책임지며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0년대 군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윤 씨는 군내 비주류였던 호남 출신 군 장성에게 접근하기 위해 부대 회식용으로 돼지 200∼300마리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한편 윤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22일 청구되자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가 수사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영장이 발부되지 않을걸…”이라며 수사팀을 압박하는 듯한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9년전 잡았을때 실형 선고했어야”▼

“윤상림 씨는 ‘거악(巨惡)’입니다. 이번 사건은 1996년 사건의 판박이입니다. 당시 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면 이번 사건도 없었을 겁니다.”

검찰 법원 등 법조계와 정관계, 군 경찰 고위 간부 등과의 친분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준다거나 건설공사를 따 준다며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 사건에 대해 양부남(楊富男·사진) 광주지검 검사는 27일 “착잡하다”고 말했다.

양 검사는 순천지청 검사 때인 1996년 12월 군 장성 및 판검사 등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폭력을 휘두르고 군납 알선과 구속자 석방을 미끼로 금품을 받아 가로챈 기업형 폭력조직을 적발했다. 그 핵심 인물이 바로 윤 씨였다.

윤 씨는 특전사 등 군부대 장성에게 부탁해 납품을 하도록 해주겠다며 육류 도매업자에게서 6000만 원을, 구속된 인사의 가족에게는 “알고 지내던 판검사들에게 부탁해 석방시켜 주겠다”며 접근해 8700만 원을 가로챘다. 윤 씨가 ‘아이디어’를 짜내면 조직폭력배들이 행동에 나섰다.

검찰이 윤 씨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현관엔 군에서 받은 감사패 수십 개가 있었고, 이번 사건처럼 검찰 법원 군 경찰 간부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도 압수했다. 검찰은 윤 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양 검사는 사건 기록을 싸들고 김지형(金知衡·현 대법관) 당시 순천지원 부장판사를 찾아가 “영장이 발부되지 않는다면 지방의 토호나 조직폭력의 폐해를 막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후 윤 씨는 구속됐으나 법원은 다시 재판에서 윤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풀어줬다. 한편 순천지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검찰 간부는 “당시 윤 씨 수사 과정에서 현직 고검장이 수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이에 양 검사가 고검장실을 항의 방문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전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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