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정권 기득권그룹 ‘후견인’ 宋기인 신부가…

  • 입력 2005년 1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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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발족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과연 역사의 진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검증하고, 이를 통해 국민적 화해를 이끌어 낼 것인가. 아니면 반대의 길로 치달을 것인가. 그 향방을 장관급 위원장에 내정된 송기인 신부가 예고하고 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이자 부산 출신 참모그룹의 ‘대부’로 불리는 정권 후견인이다.

6개월 전 송 신부는 월간지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 기득권의 뿌리를 친일(親日)로 규정하면서 “기득권자들이 계속 일반 사람들을 묶어 놓고 자기들은 대대손손 기득권을 누리려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친일·친미파가 득세한 ‘부끄러운 역사’로 비하하는 자학(自虐)사관의 전형을 드러낸 것이다.

송 신부의 기득권층 비판은 자신이 ‘살아 있는 정권 기득권그룹’과 뗄 수 없는 관계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역사를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그가 방대한 과거사를 다룰 위원회의 심판장(審判長) 격인 위원장이 되는 것만 해도 대통령과 ‘특수관계’가 아니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근 몇 달만 봐도 정권의 ‘전리품 챙기기식’ 공직 인사(人事)가 이어졌다. 이런 게 ‘기득권 남용’이다. 송 신부도 그 일부일 뿐이다.

그가 과거의 기득권층에 대해서는 모질게 공격하면서 현 정권의 기득권에는 편승한다면 ‘내 떡은 챙기고 남의 떡엔 침 뱉는’ 꼴 아닌가. ‘자신들은 빼고’ 나머지 기득권층을 겨냥해 사회적 반감(反感)을 증폭시키는 것은 신(新)기득권을 확대·연장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학문의 세계에 맡겨야 할 역사를 정치 무대로 끌어들이는 것부터 온당치 않다.

송 신부는 또 “미군 철수를 위해서는 남북이 손잡아야 한다. 서울 정부와 평양 정부가 미국 몰래라도 긴밀하게 결속해야 민족의 번영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에 관해서는 “북한이 겨레에게 폭탄을 던지기는 힘들 것”이라고도 했다. 2003년 5월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38선은 미국이 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인권 개선에 나서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외면한 채 ‘핵 카드’에 매달리는 것은 남한을 ‘인질’로 삼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속셈에서다. 해방공간에서 북한이 남한보다 먼저 분단정부 수립 작업을 했다는 것은 역사적 검증이 끝난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헌법 아래 살아온 송 신부가 ‘평양 정부’에는 조건 없는 애정을 보내면서 분단 책임까지 미국에 떠넘기는 것은 의도적 왜곡인가, 역사에 대한 무지(無知) 탓인가. 김일성 정권의 기만 책동에 속아 남침에 대비하지 못했던 6·25전쟁 직전의 역사는 전혀 알지 못하는가. 북한 주민의 참상을 정말 몰라서 김정일 체제가 민족의 번영을 보장할 것으로 믿는가. 이런 눈으로 역사의 진실을 밝힐 수 있겠는가.

송 신부가 앞으로 4년간 활동할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총괄 지휘하면서 편향된 잣대로 역사를 재단한다면 이야말로 역사적 죄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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