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원재]日국립대는 법인화로 흑자내는데…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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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축구대회를 공동 개최한 2002년, 일본의 국립대는 99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89곳으로 줄었다. 도쿄상선대와 도쿄수산대가 2003년 도쿄해양대로 새 출발하는 등 20개 대학이 통합에 성공한 결과다. 지금도 30여 개 대학 간에 짝짓기 논의가 활발하다.

남쪽의 규슈대에서 최북단의 홋카이도대까지 연간 52만8000엔으로 똑같았던 국립대 수업료도 대학마다 달라졌다. 수업 내용도 학교 및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해졌다. 수업료를 소폭 인상한 나고야공업대는 “수업료를 더 받는 대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통폐합뿐만이 아니다. 2004년에 시작된 국립대학 법인화도 일본 대학의 체질을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교토대는 전기에 비해 후기 신입생 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후기 모집을 폐지했다. 일본 최고의 명문대학인 도쿄대는 신입생들의 학력 저하를 보강하기 위해 기초교양수업을 강화했다. 기초과학 분야에 강한 동북부 센다이(仙臺)의 도호쿠대는 산학협동 활성화로 우수학생을 확보하는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법인화 첫해인 지난해 일본의 국립대들은 모두 1100억 엔의 흑자를 냈다. 기업의 후원금 유치에 노력하면서 인건비와 사무경비를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한 대학의 고위관계자는 “재원의 절반 이상을 정부에 의존할 때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돈을 전략적으로 쓰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립대도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일본의 160개 사립대가 올 대학 입시에서 지원자 부족으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550개 4년제 사립대 중 30%에 해당한다.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 대학들이 변신을 서두르는 것은 대학 정원 총수와 지원자 수가 같아져 대학 진학 희망자가 모두 입학할 수 있는 ‘대학 전입(全入) 시대’가 2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교육부가 2007년까지 15개 국립대학을 통폐합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막상 대학들은 기득권을 놓지 못해 통합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일본 대학의 변화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곧 ‘발등의 불’이 될 것 같아 안타깝다.

박원재 국제부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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