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 제안 등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갈수록 무력감에 빠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19일 대구에서 주요당직자회의를 여는 등 민생정치를 보이기 위해 애썼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대통령이 이슈를 던지면 당은 그냥 따라가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 당내에서 대통령의 독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연정론의 불을 지피며 ‘서신(書信) 정치’를 시작했을 때도 당 지도부는 청와대의 ‘뜻’을 전파하기에 급급했다. 연정론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 논의로 발전됐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뒷전에서 “민생경제가 시급한데…”라고 불만스러워 하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당-청 간에 엇박자도 나타났다.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10일 “연정 가능성이 현재로선 당장 없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이자 청와대는 12일 “연정 제안은 올해 말까지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다.
노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가권력 남용 범죄의 민·형사 시효 배제 방침을 천명한 직후에도 열린우리당 측은 “대통령의 진의가 뭔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당의 소외감은 부동산 대책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당-청 간 논의 과정에서 당이 주장한 서울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공급 확대 방안은 사라지고 대신 청와대 주도의 세금 강화를 통한 수요억제 정책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당의 정책 관계자들은 “청와대가 큰 줄기를 잡아놓으면 당은 뒤치다꺼리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19일자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일부 신문이 ‘나 홀로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은 유례가 없을 정도의 ‘분권(分權)’으로 국무총리가 일상적인 국정 운영을 책임지도록 하고, ‘토론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참모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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