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식]기업투자 위축, 인센티브로 풀자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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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가가 오르면서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는 것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먼저 침체되고 있는 경기가 앞으로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월까지 소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실업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소비심리도 4개월째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최근 들어 큰 폭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하반기에 중국의 위안화가 추가 절상될 경우 중국의 수출 감소로 중국 경기가 침체되면서 우리의 수출 또한 위축될 우려가 있다. 여기에 이미 배럴당 55달러를 넘은 유가가 더 오를 경우 수입물가가 크게 높아지면서 경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구성하고 있는 소비, 투자, 그리고 수출 중 그 어느 하나도 크게 회복될 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장기불황으로 갈 수 있다고 보는 또 다른 근거는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마땅한 거시경제정책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먼저 금리를 보면 한국은행은 작년 11월 이후 금리를 변경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높아진 부동산가격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경기침체를 우려해서 높이지도 못하고 있다.

재정정책 또한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세수가 줄어드는 반면 그동안 늘어난 복지지출과 연금지출로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정책 역시 그 운용에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환율을 올려야 하나 이렇게 할 경우 높아져 가는 원유가격 때문에 국내 물가가 크게 높아질 것이 우려된다. 반면에 환율을 내려서 수입 물가를 낮추자니 이번엔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의 감소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급등한 부동산가격 때문에 건설경기도 부양하기 어렵게 된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경기정책 수단은 소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로 유가가 오르거나 환율이 하락하는 경우 우리 경제는 회복되기보다는 장기침체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거시경제정책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경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업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투자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이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업투자가 늘어나지 않은 이유는 기업에 불리한 투자 환경 때문이었다. 북핵 문제와 진보적 정치 환경, 그리고 과격한 노사분규와 같이 과거와 다른 투자 환경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가 늘어나게 하기 위해 지금 당장 변화시킬 수 있는 투자 환경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업투자가 늘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종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와 연관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기업 규제에 있어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도덕성은 강조되어야 하지만 그 외의 각종 규제는 이제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완화되어야 한다. 제조업이 국내에 있을 때와는 달리 공동화되고 있는 지금 과거와 같은 기업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업이나 경기침체와 같은 기업 규제의 실이 그 득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제조업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좀 더 확대해야 한다. 이미 제조업 공동화를 겪은 미국이나 영국이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투자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기업보다 더 많은 세제상 이익을 주도록 투자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또한 투자 유인을 제공할 때만이 기업투자가 늘어나면서 실업이 줄어들어 우리 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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