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석민]“휴대전화 감청不可” 정통부 변명 이해不可

  • 입력 2005년 8월 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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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휴대전화를 불법 감청(도청)했다고 ‘고백’한 5일 이동통신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출입기자 브리핑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담당 과장은 “휴대전화 도청이 이론적,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정통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범죄’를 저지른 정보기관이 “실제로 했다”고 털어놓은 마당에 제3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하긴 그동안의 과정을 살펴보면 정통부가 난처할 만도 하다.

1999년 9월 정통부는 국정원 등과 함께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에서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십시오. 휴대전화는 감청이 안 됩니다”라고 주장했다. 2000년과 2003년 정통부 국정감사에서도 당시 안병엽(安炳燁) 장관과 진대제(陳大濟) 현 장관은 “휴대전화 도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정통부가 보여 준 태도의 속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둘 중의 하나는 분명하다. 도청이 된다는 사실을 진짜 몰랐거나, 아니면 알면서 속였거나….

정말로 몰랐다면 이동통신 기술의 주무 부처로서 자격과 능력을 의심받을 만하다. 정통부도 모르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국정원에 업무를 넘겨야 할 판이다. ‘정보기술(IT) 강국’ 주무 부처의 실제 모습이 이러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알고도 모른 체 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 등 외부의 눈치를 봤을 수도 있다. 한국이 종주국에 가까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에 결함이 있다는 걸 인정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사회를 뒤흔든 ‘도청 공포’에 대해서는 정통부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미 전현직 정통부 장관의 위증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다가올 ‘두루누리(유비쿼터스) 시대’는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장비로도 접속이 되는 시대에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많아진다. 이렇게 발전된 기술로 국가기관이 프라이버시를 감시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제라도 프라이버시를 지킬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홍석민 경제부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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