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치영/경기 심리지표 나쁜것도 언론탓?

  • 입력 2005년 8월 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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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각종 심리지표를 과연 믿을 수 있는 건지 조사해 보라.”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재경부 간부회의에서 이렇게 지시했다. 산업 생산, 서비스업 생산, 주가 지수 등 실물지표들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왜 심리지표는 계속 나빠지느냐는 것이다.

재경부는 그동안 수출, 생산, 소비 등에 대한 실물지표들이 나올 때마다 “완만한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각종 심리지표들은 몇 개월째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BSI는 75로 기준치 100을 크게 밑돌면서 석 달째 하락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발표 BSI도 두 달 연속 악화됐다.

통계청의 6월 소비자기대지수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 부총리는 이런 심리지표들 때문에 정부가 발표하는 실물지표의 신뢰성이 떨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재경부 관계자는 전했다.

한 부총리의 지시에 따라 재경부 실무자들은 심리지표가 실물지표와 지금까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며 움직여 왔는지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심리지표 통계의 토대가 되는 설문조사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따져 볼 계획이다.

심리지표 악화에 언론보도가 일조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내비쳤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상태와 언론보도의 상관관계가 크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빠지는 심리지표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쪽은 정부뿐이다. 민간 경제 전문가들의 대답은 간단하고 분명하다.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를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급등하는 국제 유가, 살아나지 않는 투자, 환율 하락에 따른 기업 채산성 악화 우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심리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어려운 국내외 여건을 극복하려면 정부가 먼저 나서 기업과 소비자의 위축된 심리를 회복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엉뚱하게 조사의 타당성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신치영 경제부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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