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성호]청렴선진국이 경제선진국 만든다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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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 未之有也(염자 목지본무 만선지원 제덕지근 불렴이능목자 미지유야).’

다산 정약용 선생이 관리의 도리를 기술한 ‘목민심서’의 청심(淸心)편에 나오는 토막글이다.

‘청렴은 목민관(관리)의 기본 임무로, 모든 선(善)의 근원이고 덕(德)의 근본이므로 청렴하지 않은데도 훌륭한 목민관이 되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는 뜻이다.

영어권에서는 청렴을 ‘integrity’라고 쓴다. 이 단어는 라틴어 ‘inte-gritas’에서 나온 것으로 웹스터 영어사전 등에서는 wholeness(전체, 완전), soundness(건전, 건강), perfect(완벽)로 설명하고 있다. 요컨대 동서양의 청렴 의미는 건전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헌법(82조)에서 ‘국회의원의 청렴 의무’를 규정하고, 국회의원 윤리 강령에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61조)과 교육공무원법(15조)에도 청렴 의무를 정해 놓았다.

이같이 법과 제도에서나 등장했던 청렴이라는 단어가 국가기관의 명칭에 쓰이게 됐다. 종전의 ‘부패방지위원회’가 ‘국가청렴위원회’(청렴위)로 21일부터 바뀐 것이다.

‘부패 방지’와 ‘청렴’이란 단어에는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다. 부패 방지는 부정적 이미지를 풍긴다. 타율 통제 수동적인 느낌도 든다. 반면 청렴은 자율 능동 긍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비유하자면 맑은 하늘(선진국)을 보기 위해 때로 찌든 유리창을 세제(형벌)로 닦아 내는 움직임이 부패 방지라면, 비 내린 후 맑고 높아진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이 청렴이라고 할까.

청렴위로 명칭을 바꾼 것은 청렴의 친근하고 밝은 이미지를 강조해 국민 모두의 힘으로 투명사회를 건설해 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실제로 청렴 기풍의 정착은 국가기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기업 민간 등 사회 전체가 추구해야 할 과제다. 청렴의 진정한 주체는 국민이다. 청렴은 미국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연설처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 정신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이 청렴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국민에 의해 부정부패가 감시되어야 한다.

핀란드는 국제투명성기구(TI) 부패지수 집계에서 지난 5년간 ‘국가청렴도 1위’를 차지했다. 이 나라는 정보 공개가 국민 생활 속에 체질화되어 부정이 발붙일 틈이 없다. 고위 공직자, 부호, 스포츠스타, 인기 연예인은 물론 국민 모두의 재산 상황과 납세 내용이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된다. 원칙과 이렴(利廉·청렴이 이로운 것)이 생활화되어 부정부패란 용어가 잘 쓰이지도 않는다고 한다. 핀란드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지난 4년간 3회에 걸쳐 1위를 차지했다. 경제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청렴선진국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던지고 있다.

2004년도 TI의 부패지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가청렴도 순위 47위인 우리나라가 핀란드 수준의 청렴도 달성 시 생산성은 국내총생산(GDP)의 21%(약 114조 원)까지 증가하고, 외자 유치는 GDP의 3%가량 늘어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청렴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격상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이 아니고 무엇이랴!

김성호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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