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수 책임 못 묻는 大宇분식회계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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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의 1997 사업연도 분식회계의 지시자인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한 민사재판 첫 판결이 ‘책임 없음’으로 나왔다. 조흥은행이 ‘대우의 허위 재무제표를 믿고 50억 원의 회사채를 사서 손해를 입었다’고 제소한 사건에 관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대우 사장 등 7명에 대해 ‘원고(은행)에게 5억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하면서도 김 씨에게는 면책 판결을 내렸다.

김 씨의 경우 법적으로 손해배상 시효가 지났고, 등기이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책임지울 수가 없다는 취지다. 민법상의 소멸시효 3년을 넘겨 처벌할 수 없고, 상법상의 시효는 10년이지만 분식회계 승인 당시의 이사회 회의록에 김 씨 이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범(從犯)’인 이사들은 처벌도 받고 개인배상까지 해야 하지만 김 씨는 면책되는 결과가 된 것이다.

대우그룹의 분식회계와 ‘세계경영’ 파탄은 국가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숱한 사람에게 많은 피해와 경제적 타격을 안겼다. 그런데도 그 꼭대기에 있었던 김 씨만은 책임이 없다니 선뜻 납득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번 판결은 검찰의 수사와도 별개이고, 다른 민사재판도 많이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케이스를 통해 재벌 시스템의 폐해와 심각한 결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사에서 스스로 빠진 총수는 도장 하나 찍지 않고 그룹을 지휘한다. 그렇게 무한권리를 갖고 권력을 무제한으로 행사하면서도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는 지지 않는 시스템이 한국의 재벌구조인 셈이다. ‘인치(人治) 기업’의 패망과 그 총수의 몰락을 보면서, 그리고 총수의 ‘무한권력과 무한면책’이라는 모순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 나라 재벌의 인치는 이것이 마지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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