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對北경협사업 김찬구씨 체험記 펴내

  • 입력 2005년 5월 20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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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같은 동포를 돕자는 마음으로 대북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얻은 것은 배신감뿐이었습니다. 북한이 저런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배고파도 할 수 없습니다.”

1989년 1월부터 최근까지 59차례나 북한을 오가며 대북경협사업을 펼쳐 온 재미사업가 김찬구(金燦球·58·사진) 화인통상 대표는 자신의 북한사업 체험기 ‘아, 평양아…’에서 북한에 대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아, 평양아…’에서 북한 사람들과 거래하면서 느꼈던 좌절감과 절망감을 안타깝게 담아냈다.

한번 들어갈 때마다 10여 곳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툭하면 임금인상 요구를 들이밀고, 남한과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애꿎은 기업가들의 방북을 막아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고…. 몇 년간 함께 사업을 해왔지만 부서가 바뀌면 그 순간부터 연락을 싹 끊고,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 인사라도 할라치면 안내원이 양쪽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꼬치꼬치 캐물어 오히려 서먹해지게 만드는 삭막한 인간관계도 환멸을 불렀다.

“평양에 봉제공장을 세워서 장사가 잘 될 만하니까 북한에서 저하고 상의도 않고 현지공장 사장을 교체하면서 종업원의 임금을 두 배로 올려 달라고 하더군요. 당시 인형 하나의 도매가격이 개당 1.8달러였는데 서울에서 4800원에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나 봅니다. 그래 제가 도매가와 소매가의 차이를 설명하고, 중국 선전(深(수,천))의 똑같은 공장의 인건비가 오히려 북한보다 낮다는 것을 설명했는데 막무가내더군요. 결국 공장은 문을 닫고 투자한 기계 설비는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런 북한에 대해 “버릇이 잘못 들었다”면서 “그 책임은 자기 임기 중에 한 건 올리겠다는 욕심에 북한 말을 너무 쉽게 들어준 한국의 대통령들과 정치인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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