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범죄 노조’ 謝過만으론 안 된다

  • 입력 2005년 5월 16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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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조가 권력화 관료화하면서 비리에 연루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사회 문제로 대두된 노조 부패의 원인을 바로 진단했다고 본다. 자금 조직 권한이 막강한 대형 노조일수록 비리가 심한 현실이 바로 노조의 권력화, 관료화를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권력과 자본에 밀착된 한국노총은 부패가 심하고, 민주노총은 권력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다”며 한국노총을 비리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은 적절치 않다. 노조 비리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가릴 것이 없다. 부산 항운노조와 택시노련 비리는 한국노총 산하에서 터졌지만 채용 장사를 한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는 민주노총 산하다. 이 위원장 스스로 “비리에서 자유로운 노조가 없는 상황”이라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의 경우 노조비리 전과자가 어떻게 노총의 요직에까지 진출할 수 있었는지 기막힐 뿐이다. 부산시 택시노조 위원장 시절 납품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 권 씨는 최근 택시노련 위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부동산 개발업자에게서 리베이트 5억 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망이 좁혀 오자 잠적해 버렸다.

한국의 대형 노조 간부들은 결코 약자가 아니다. ‘그들만을 위한 노동운동’은 협력업체와 계약직 종사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로 고착화됐다. 경제 난국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파이를 키우는 데 집착한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형 노조가 권력화 관료화한 데는 역대 정부가 노동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법에 따라 감시 감독하기보다 ‘포섭’하려는 정책을 편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기업들도 노조의 부당한 요구와 타협하며 노동운동의 도덕성 추락을 방조했다. 이번 기회에 도덕성을 잃은 노조 권력의 비리를 낱낱이 들춰 내 노동운동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두 노총 지도부는 말로만 사과할 것이 아니라 내부 범죄의 뿌리를 스스로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전(內戰)을 불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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