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택균]신생아실 커튼은 근무자 보호용?

  • 입력 2005년 5월 11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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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인터넷에 올라 문제가 된 신생아 학대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고 나서자 일부 병원에서는 신생아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10일 서울시내 중대형 병원 몇 곳을 둘러본 결과 아직도 대부분의 신생아실 창문엔 몇 시간을 제외하곤 줄곧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처럼 신생아실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해놓은 이유는 뭘까. 감염 관리의 편의성 때문이라는 것이 병원 측의 공식 견해다.

그러나 기자가 둘러본 신생아실에는 감염 위험이 큰 업무용 책상이 갖춰져 있었다. 실제로 신생아실에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가기까지 한 이번 사건을 보면 신생아실의 감염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짐작이 간다.

한 병원 관계자는 커튼을 치는 이유에 대해 “아기의 정서 안정과 수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빛과 어둠을 겨우 구분할 정도인 신생아의 시력을 보호하려 한다면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실제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강남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담당자는 “근무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커튼이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 근무자가 무얼 하는지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커튼을 쳐놓았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산모들이 아기와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정해놓은 시간에 맞추지 않으면 자신의 아이조차 볼 수 없다. 젖이 불어나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려고 신생아실에 가면 “방금 전에 우유를 먹였다”는 대답을 듣기 일쑤다.

미국 보스턴의 브리엄 여성병원은 신생아실 유리창에 커튼을 없애고 아기 침대도 밖에서 얼굴이 잘 보이도록 배치했다. 외국에서는 수술실도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곳이 많다. ‘누군가가 지켜보는’ 환경이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경각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엽기적인 신생아 학대 사건으로 의료 현장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보건복지부는 아동을 학대하는 의료 종사자의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법안이 아니라 의료 종사자들의 생명윤리 회복과 소비자 위주의 의료 서비스다. 직업의식과 양식에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한 비슷한 사건은 또 일어날 수 있다.

손택균 교육생활부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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