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노동인권의 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에는 사실상 부족하다”는 ‘의견 표명’을 했다. 그러면서 노동계가 요구해온 동일노동 동일임금조항과 ‘같은 근로자를 3년 넘게 사용하면 자동적으로 직접 고용이 되도록 하는’ 고용의제조항 등을 추가하라고 권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편협하고, 인기영합적인 시각에서 노동계의 과도한 요구를 여과 없이 수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동자의 ‘노동인권’과 사용자의 ‘경영권’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쪽 편만 든 것은 경솔한 처사다. 인권위 의견 정도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노사정위원회까지 만들어 그토록 오랫동안 진통을 겪으며 대화를 해왔겠는가.
의견 표명 시점도 잘못됐다. 노사정은 최근 민주노총까지 참여시켜 진지한 논의를 시작했다. 노동부와 경총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조차 “합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인권위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열린우리당과 노동부는 노사정 합의를 거쳐 비정규직법안을 수정한 뒤 예정대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가 인권위 의견을 근거로 협상을 무리하게 끌고 가려 한다면 다시 대결국면이 조성될 우려가 높다. 다된 협상의 장을 깨버리는 인권위의 ‘인권 일방주의’와 무신경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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