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현익]국가 안보구도 바꿀 힘 있나

  • 입력 2005년 4월 8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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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가 미궁에 빠지고 그 원인론으로 한미 양국이 내심 서로의 정책을 원망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을 제기하자 한미 군사 협력 관계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여기에 중첩되면서 정부의 국가 안보 좌표의 급변을 우려하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물론 일본의 망동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대처 방식은 이전의 조용한 대처에 만족하지 못하던 국민의 마음을 풀어 주는 측면이 있다. 동북아 안보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대통령의 선언은 국민의 자긍심을 드높여 주기도 한다. 나아가 미군 감축에 따른 미군기지 축소와 반환,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의 609억 원 삭감, 한중 군사교류의 한일 수준 격상 합의, 그리고 자이툰부대의 일부 감축 등 일련의 상황 전개를 지켜보면 한국이 명실 공히 자주국가로 나아가고 있다는 자부심마저 든다.

그러나 이 같은 국가 안보 구도와 상황의 격변을 그저 즐기며 바라보기에는 뭔가 불안하다.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큰 변화가 올 수 있고 우리의 국가 역량이 이를 감당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韓日갈등 겹쳐 안보 불안감▼

먼저 한국의 안보 역량이 주변 국가들보다 뒤진다는 점이다.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도 우리의 몇 배나 되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는 북한조차도 북핵 문제에서 보듯 안보문제는 우리와의 대화에 안건으로도 올리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균형자론’은 미래의 목표로 마음 깊이 간직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우리는 조국을 통일해 진정한 민족국가부터 재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주위 국가들에 부담을 주는 국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이롭지 않다. 독일 등도 통일을 위해 자신의 국력보다 겸손한 태도를 보여 주변 국가들의 반대를 무마했다.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감축과 자이툰부대 감축은 잘된 일이다. 그러나 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이 한국인 근로자 1000명 해고와 전차 야포 탄약 등 사전배치물자의 규모를 수정하겠다는 전례 없는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나 미국이 자이툰부대 감축에 대해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은 우리 안보 외교의 미숙함을 드러낸 일이다.

초강대국이자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과도 국익은 상이하게 마련이다. 또 할 말은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충분한 상의와 논의를 거쳐 상호 불만이 없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윤광웅 국방장관이 중국을 이용한 한반도 안정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발언한 것도 물론 일본을 견제하는 메시지는 될 수 있다. 그러나 한일 간 갈등이 식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일단 일본 극우파에 세력 확장의 논거를 제공할 것이고 미국이나 일본 정부가 이를 확대 해석한다면 한국은 깊이 신뢰하기 어려운 국가로 여겨질 수도 있다.

미국은 결국 한국과의 유대가 소홀해진 만큼 일본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이는 바로 일본 정부가 바라는 바다.

▼韓美동맹 말보다 실천으로▼

우리가 중국과 협력하여 일본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결국 한일 간 대립의 첨예화와 이에 따른 일본의 재무장, 나아가 한미동맹의 와해마저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적극적으로 피해야 할 일이다. 그 대신 중일 간 갈등을 중재하는 평화 애호 국가를 지향하면서 적어도 통일이 될 때까지는 미국과의 동맹을 굳게 지켜 가야 한다.

국가 전략이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 못지않게 시기 선택과 시행 방식도 중요하다. 현재 북한과 미국도 ‘핵 포기와 체제 보장의 교환’으로 북핵 문제 해결 방향에서는 거의 합의하고 있지만 상호 불신에 따른 ‘동시 행동’과 ‘선 양보’ 주장, 그리고 상호 적대 언동 등으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한미동맹 일변도의 국가안보 구도를 ‘안정적으로’ 개선하려면 우선 한미 간 신뢰를 확보하면서 말보다는 신중한 실천을 통해 이를 세련되게 운용해야 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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