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분담금 충돌, 동맹의 파열음인가

  • 입력 2005년 4월 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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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찰스 캠벨 주한 미8군 사령관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 내용은 충격적이다. 그는 한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 삭감에 불만을 표하고 “주한미군에 근무 중인 한국인 1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전술지휘통제(C4I)체계에 대한 한국군 접근의 제한,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에 남겨두기로 했던 전차 야포 탄약 등 사전배치 물자의 일부 철수도 시사했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분담금에 대한 잠정 합의를 일선 지휘관의 입을 통해 뒤집는 형식은 한미동맹사(史)에 전례 없는 일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캠벨 사령관을 향해 “(합의된 정책을 집행만 해야 할 사람이) 결정을 깨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 간 신뢰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캠벨 사령관은 “나의 발표는 본국 정부와 협의됐으며 승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C4I체계에 대한 한국군의 접근과 사전배치 물자 유지는 ‘미군 감축에도 불구하고 대북(對北) 억지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는 견지될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로 인식돼 왔다. 만약 이들 부분까지 재조정된다면 대북 억지력에 곧바로 구멍이 뚫릴 우려가 있다.

캠벨 사령관의 일방적 발표는 단순히 방위비 분담금 갈등 수준이 아니라 동맹의 균열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는 파열음으로까지 들린다. 그래서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원인이 과연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 전략에만 있는 것인지, 노무현 정부의 대미(對美) 자세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한 것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 정부의 섣부른 자주국방론과 동북아 균형자론, 그리고 북한을 두둔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얼굴을 붉힐 수 있다”고 한 발언 등이 상황 악화를 부채질했을 가능성에 우리는 주목한다.

한미 간 마찰과 갈등이 더 커진다면 1만2500명 선으로 합의된 주한미군 감축 규모도 더 늘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한미동맹의 이완 조짐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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