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그것’이 법으로 가능할까

  • 입력 2004년 9월 25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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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법률 격언은 이렇게 명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正義)를 세우라.”

또 다른 격언은 대답한다.

“최고의 정의는 최고의 부(不)정의”라고. 법률의 엄격한 집행은 때로 최악의 부정의가 될 수도 있다는 반박이다.

‘정의’와 ‘법적 안정성’은 법이 지향하는 최고 목표다. 위의 두 격언은 그 정의와 법적 안정성 사이의 대립과 긴장을 잘 설명해 준다.

23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성매매특별법은 이 같은 대립을 생각하게 한다.

사실 우리 사회만큼 성매매가 쉽고 편리한 곳도 드물다. 전국 어디에서나 성매매가 만연해 있고 그것의 주무대인 집창촌은 23일 대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군산 윤락가 화재’ 사건에서 보듯 인권침해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특별법의 목적(제1조)인 ‘성매매의 근절’은 하늘이 무너져도 세워야 할 정의일지 모른다.

문제는 그것이 법으로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미국의 개혁주의자들은 1919년 연방헌법에 ‘금주법’ 수정조항을 넣는 데 성공했다. 모든 알코올음료의 판매와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이 법은 실패한 개혁의 전형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술 마시는 ‘관습’을 법이 변화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오히려 평범한 시민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 성매매 업주 외에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과 성을 구매한 남성을 모두 처벌 대상으로 하고 징역형까지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을 읽어 보아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유사성행위’도 처벌대상이다.

1920년대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됐지만 이때 밀주(密酒)와 갱(폭력조직)이 가장 번성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법률 격언에는 ‘아무리 엄한 법일지라도 게으른 자를 부지런하게, 술에 취한 자를 깨어나게, 헤픈 자를 절제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게 있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마음 가운데 법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적은가’라는 영국의 문필가 새뮤얼 존슨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이수형 사회부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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