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방폐장 유치” 강창순교수등 63명 鄭총장 건의문

  • 입력 2004년 1월 7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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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과대 강창순 교수(오른쪽)가 7일 동료 교수들과 함께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서울대 공과대 강창순 교수(오른쪽)가 7일 동료 교수들과 함께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과학자인 저희들이 학자적 양심을 바탕으로 원전수거물처리장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주겠습니다.”

서울대 교수 63명이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을 유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강창순 교수,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 등 서울대 교수 7명은 7일 오전 11시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악캠퍼스에 원전수거물관리센터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 뒤 교수 63명이 서명한 건의문을 정운찬 총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최근 전북 부안군 핵폐기장 사태를 지켜보면서 학자로서 더 이상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원전수거물시설이 주민 안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확신을 바탕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원전수거물관리사업이 매우 중요한 국책사업임에도 18년째 원점에 머물러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며 “국가와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는 서울대가 전문적 지식과 정보를 이용해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대가 위치한 수도권이 원자력 발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며 “서울대가 원전센터 건립을 위해 기술적으로 최적의 장소는 아닐지라도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검토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자문위원인 강창순 교수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관악캠퍼스 부지는 암반으로 이뤄져 있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및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수용할 수 있으며 향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 처분에 대비한 지하연구시설 유치에도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부안 주민들이 불안에 떨며 필사적으로 시위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면서 “과학자로서 원전센터가 정말로 안전하다면 서울대가 모범을 보여 설득하고, 안전하지 않다면 계획 자체를 폐기할 것을 과감히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견 도중 강 교수는 “순수한 학자적 양심과 애국심으로 드리는 건의”라며 “국가와 사회의 큰 짐이 되고 있는 원전수거물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목메어 말하기도 했다.

서울대는 이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는 아무런 입장 정리가 돼있지 않지만 교수들이 우국충정으로 건의하는 것이므로 일단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측은 “종합적인 검토 결과 타당성이 인정된다면 지역주민, 지방자치단체, 관계기관 등과 논의할 수 있겠지만 지역주민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므로 현 상황에서는 결론을 예단할 수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관할 구청인 관악구청은 성명서를 통해 “교수들이 구청과 사전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건의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부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는 이에 대해 “실효성이 전혀 없는 즉흥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쇼가 아니라면 서울대 구성원과 관악구민, 관악산 등산객들로부터 동의를 얻고 발표했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산자부 “실현여부 떠나 안전성 인정 큰의미”

서울대 교수 63명이 7일 원전수거물관리시설(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유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자 산업자원부는 잔뜩 고무된 분위기였다.

김신종(金信鍾) 산자부 에너지산업심의관은 “실현 여부를 떠나서 교수들이 과학적 양심을 걸고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의 안전성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서울대 총장이 직접 유치 의사를 밝히면 서울대 일대에 대한 지질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용두(李鎔斗) 산자부 방사성폐기물팀장은 “이번 서울대 교수들의 움직임은 국민들에 대한 홍보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자부는 실제로 서울대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을 짓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치 절차에 따라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산자부가 밝힌 유치 절차에 따르면 전북 부안군 이외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시설을 유치하려면 △주민 50% 이상의 찬성 △주민 토론회 △지자체장의 청원 등을 거쳐야 한다.

유치신청 단위는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서울대에 관리시설을 지으려면 관악구민 주민투표 및 토론회, 관악구청장의 유치 청원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서울대와 관악구가 유치에 나서더라도 서울시민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서울대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을 짓는 방안은 현실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산자부는 예상하고 있다.

한편 관할 구청인 관악구청은 성명서를 통해 “교수들이 구청과 사전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건의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부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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