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아파트 다시상승]규제 안받는곳 '희소성 프리미엄'

  • 입력 2003년 7월 8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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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재건축 허용연한 발표후 호가가 급등세로 반전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9년 6월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재건축 연한 기준에 걸리지 않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시의 재건축 허용연한 발표후 호가가 급등세로 반전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9년 6월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재건축 연한 기준에 걸리지 않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서울 집값 움직임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8일 부동산정보업체 ‘유니에셋’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28%로 한 주 전(0.13%)의 2배를 넘는다. 권역별로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밀집된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권(0.34%)이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본격적인 여름철 비수기(非需期)에 접어들었고 정부의 재건축 관련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정부의 무차별 폭격에 숨죽여왔던 강남 일대의 ‘화력(火力)’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것일까?


▽가격 다시 급등=강남권 일대 아파트 값이 급등한 곳이 크게 늘어났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18평형은 지난달 초 6억6000만∼6억7000만원에서 최근 6억9000만∼7억1000만원으로 최고 4000만원 올랐다. 역삼동 개나리 2차 30평형의 호가(呼價)도 이 기간에 2000만∼3000만원 오른 8억2000만∼8억4000만원으로 높아졌다.

강남권 집값 상승의 ‘진원지(震源地)’로 정부의 주목과 감독을 한 몸에 받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지난달 말보다 4000만∼5000만원이나 급등했다.

▽왜 이러나=이들 아파트는 대부분 재건축 사업승인을 받았거나 사업승인을 신청한 단지들이다. 1일부터 시행 중인 재건축 후분양제나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아파트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집을 팔려는 사람들에게 가격을 높여도 좋겠다는 배짱을 가지게 한 것.

여기에 서울시가 재건축 허용가능 연한(年限)을 차별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호재’가 됐다. 집 팔려는 사람들이 ‘어려워진 재건축 환경’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오히려 ‘경쟁 단지가 사라지는 호조건’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1일부터 시행 중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적용을 받아 사실상 재건축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호가가 뚝 떨어졌다가 서울시 발표로 원상 복귀했다. 서울시 기준대로라면 은마아파트는 1979년 6월에 준공됐기 때문에 재건축 연한 기준에 걸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기한 없이 늦어질 것이라던 기대가 완전히 바뀐 탓이다.

▽전체 시장에 큰 영향 없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최근 몇 년간 전국을 부동산 투자 열기에 몰아넣었던 화력은 갖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파트재개발 재건축 컨설팅 전문업체 ‘토쿠마’의 김구철 사장은 “최근의 가격 상승은 재건축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정부의 승인을 받은 ‘특별한 재료’가 있는 곳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고 시장상황도 나쁘기 때문에 나머지 지역으로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할 때에는 개별 물건의 사업 추진 현황과 앞으로의 일정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국토연구원의 손경환 연구위원도 “80년대 초반 이후에 준공된 아파트라면 입지여건과 사업일정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여부를 결정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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