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장 "한국경제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 입력 2003년 6월 27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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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총장이 "한국 경제는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면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 총장은 27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들이 중심이 된 '국가경쟁력 연구센터' 창립 기념 축사를 통해 "오늘날 한국경제는 가까운 시일에 좋아지리라는 낙관을 할 수 없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할 유능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이 결여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저곳에서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야기하는 경제학자들이 많다"고 전제한 뒤 "선진국 경제도 국민소득 1만 달러를 전후한 시기에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한국 경제도 그러한 일종의 '중진국 함정'에 빠진 듯하다"고 덧붙였다.

정 총장은 "국가경쟁력에서 중요한 것은 한 나라의 문화적 특색과 전통 위에 구축된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이라면서 "한국은 50년간의 경제발전에서 국가와 기업에 의한 배분과 조정 역할이 컸고 그 나름대로 효율성을 발휘하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젠 시장의 역할이 증대되어 정부와 기업을 대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한 조정 과정이 하루아침에 혁명적으로 수행될 수는 없으며 문화적 전통과 제도적 제약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개량되어야 한다"고 함으로써 급격한 경제시스템 변화와 '시장 지상주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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