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 투약시 뇌 충동 유발…정상인보다 IQ 평균10 낮아져

  • 입력 2003년 6월 1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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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뽕을 투약했을 때 뇌(腦)가 손상되는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폭력적 행동, 피해망상 등 증세를 보이는 히로뽕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교육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류인균(柳仁鈞·39) 교수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히로뽕 투약 후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25명을 대상으로 뇌 구조 및 활동량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 25명 전원이 사고력과 분석력 등 고도의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이마엽) 부분이 집중적으로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측두엽(관자엽)과 후두엽(뒤통수엽)은 손상 정도가 낮아 정상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많이 파괴된 부분은 전두엽 중 충동과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뇌이랑(Cingulate gyrus)’.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크기가 10∼15% 정도 줄어들었으며 포도당 대사량도 30% 이상 떨어졌다. 히로뽕 중독자가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히로뽕을 투약하면 사고력이 떨어지고 단순해지는 이유도 밝혀졌다. 양쪽 뇌를 연결하는 ‘뇌량’의 혈류량이 일반인보다 최고 50% 정도 적었으며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다발의 두께 또한 일반인보다 30% 이상 얇은 것. 평균지능지수(IQ) 역시 정상인의 평균치(105)보다 낮은 95를 기록했다.

이름, 고향, 친구,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억하는 ‘단순기억력’은 정상인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치밀하고 계획적인 일을 추진할 때 필요한 기억력을 뜻하는 ‘작업기억력(Working Memory)’은 30∼40%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히로뽕 투약자 150여명 중 술 담배 등 중독성이 있는 물질을 일정기간 이상 복용하지 않고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 25명을 선정해 자기공명분광영상(MRS) 등 최첨단 정밀기기를 활용했으며 신경심리검사를 병행했다.

히로뽕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류 중 가장 사용자가 많다. 먹거나 주사를 맞았을 때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며 환청에 시달리거나 헛것을 볼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2175명이며 이 중 히로뽕을 포함한 향정신성물질 사범이 70%인 1514명이었다.

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히로뽕 중독은 단순한 약물의존 장애가 아니라 뇌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란 게 입증됐다”며 “손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그에 맞는 재활치료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18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약물의존장애학회(CPDD)’의 연례학회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놀랄만한 최신 연구(Breaking News)’로 발표된다. CPDD는 1929년 만들어진 학회로 약물의존 및 중독 연구와 관련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기구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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