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땅 1차매수자는 강금원씨 "노대통령 제의로 땅 샀다"

  • 입력 2003년 6월 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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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원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李基明)씨의 경기 용인시 땅을 지난해 8월 매입하기로 계약한 1차 매수인은 부산지역 섬유업체인 창신섬유 강금원(姜錦遠·53) 회장인 것으로 4일 밝혀졌다.

강씨는 이날 부산의 자택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노 대통령의 제의로 이씨의 땅을 사게 됐다”며 “당시 노 대통령이 ‘생수회사 장수천의 보증을 선 이기명씨의 땅이 경매로 헐값에 넘어가게 돼 이 땅을 사주면 이씨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의해 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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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 대통령과는 7, 8년 전 부산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뒤 ‘코드’가 맞아 절친하게 지내왔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특별기자회견에서 “한 지인(知人)이 호의적인 거래를 통해 이기명씨의 땅을 사줬다”고 밝혀 1차 매수자가 누구인지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이 지인은 순수한 기업인이며,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강씨는 지난해 8월29일 이씨의 경기 용인시 구성읍 청덕리 임야 2만여평을 28억5000만원에 사기로 계약을 한 뒤 5억원(계약금) 10억원(9월17일, 중도금) 4억원(잔금 13억5000만원 중 일부, 올 2월4일) 등 모두 19억원을 지급한 뒤 석연찮은 이유로 계약을 파기해 관심을 끌어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이 지인(강씨)이 계약파기책임으로 계약금 5억원 중 2억원을 포기하고, 17억원은 이 땅이 다른 사람에게 팔리면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호의적인 거래’를 해준 매수인이 2억원의 계약금을 손해보고, 19억원이란 거금을 주고서도 땅에 대해 가등기 등을 전혀 하지 않았으며, 17억원의 돈도 나중에 받기로 하는 비상식적인 거래로 인해 노 대통령과 이 지인과의 관계가 의혹을 사왔다.

강씨는 이날 배포한 ‘존경하는 의원, 그리고 기자분들’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부동산 계약 당시 및 중도금지급과 부채상환시 누가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하리라 예상했느냐. 모든 것은 인간적으로 아름답게 처리된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배포한 문건의 작성날짜는 5월30일로 되어 있어 강씨가 입장 발표를 미룬 배경이 관심을 끌었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1차 매수자가 강 회장으로 확인된 데 대해 “상식적으로 볼 때 의혹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정치적 특혜거래로, 강 회장이 건넨 돈은 정치자금의 성격이 짙다”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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