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관계자는 1일 “북한으로 송금된 돈이 산업은행에서 불법대출된 것으로 드러난 이상 현대측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정씨는 명백한 잠재적 피의자”라고 밝혀 정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정 회장은 현대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명목으로 산업은행에서 지원받은 대출금을 이사회 동의와 관계당국의 승인 없이 북한으로 송금한 혐의(업무상배임, 남북교류협력법·외국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그러나 6월 초로 알려진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대측의 대북사업을 고려해 형사처벌 시기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산은에 현대 계열사에 대한 불법 대출을 지시한 혐의로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구속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2000년 6월 산은이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각각 4000억원, 1500억원 등 모두 5500억원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이근영(李瑾榮) 당시 산은 총재(구속 수감 중)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불법대출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전 총재와 이 전 수석을 2일 중 다시 불러 보강 조사를 벌이는 한편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르면 이번 주말경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오전 소환했던 정 회장과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 김재수(金在洙)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사장 등 핵심인물 3명을 상대로 본인들의 동의를 받아 밤샘 조사를 벌인 뒤 31일 오후 늦게 귀가시켰다.
정 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이 현대의 대북 사업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 돈을 보냈으며, 이왕이면 남북정상회담 전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대북 송금은 현대의 대북사업에 대한 경협자금이라는 종전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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