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검, 정몽헌씨 형사처벌 검토

  • 입력 2003년 6월 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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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1일 “북한으로 송금된 돈이 산업은행에서 불법대출된 것으로 드러난 이상 현대측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정씨는 명백한 잠재적 피의자”라고 밝혀 정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정 회장은 현대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명목으로 산업은행에서 지원받은 대출금을 이사회 동의와 관계당국의 승인 없이 북한으로 송금한 혐의(업무상배임, 남북교류협력법·외국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그러나 6월 초로 알려진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대측의 대북사업을 고려해 형사처벌 시기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산은에 현대 계열사에 대한 불법 대출을 지시한 혐의로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구속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2000년 6월 산은이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각각 4000억원, 1500억원 등 모두 5500억원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이근영(李瑾榮) 당시 산은 총재(구속 수감 중)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불법대출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전 총재와 이 전 수석을 2일 중 다시 불러 보강 조사를 벌이는 한편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르면 이번 주말경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오전 소환했던 정 회장과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 김재수(金在洙)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사장 등 핵심인물 3명을 상대로 본인들의 동의를 받아 밤샘 조사를 벌인 뒤 31일 오후 늦게 귀가시켰다.

정 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이 현대의 대북 사업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 돈을 보냈으며, 이왕이면 남북정상회담 전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대북 송금은 현대의 대북사업에 대한 경협자금이라는 종전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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