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독자인권위 좌담] 女관련 보도에서 유의할 성차별 문제

  • 입력 2003년 6월 1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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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인권위원들이 ‘여성 관련 보도에서 유의할 성차별 문제’를 주제로 좌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창순 위원, 이용훈 위원장, 이종왕위원, 김영석 위원.-김미옥기자
독자인권위원들이 ‘여성 관련 보도에서 유의할 성차별 문제’를 주제로 좌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창순 위원, 이용훈 위원장, 이종왕위원, 김영석 위원.-김미옥기자
《동아일보 독자인권위원회 (POC·Press Oversight Committee) 위원들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11차 정기회의에서 언론 매체들은 무심결에라도 성차별하는 보도를 하지 않도록 항상 유념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원들은 ‘여성 관련 보도에서 유의할 성차별 문제’를 주제로 좌담하는 가운데 흥미위주나 선정주의로 흐르는 언론보도가 성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여성문제를 다룰 때는 사회의식 변화에 맞추어 소재선정에서부터 보도방식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설령 일부 독자가 원한다 하더라도 일류지 권위지부터 상업주의 선정주의 보도로 여성문제를 왜곡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회=이영근 전문위원

―무심코 성역할을 강조하는 언론보도가 성차별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사회단체나 여성계로부터 자주 제기돼왔습니다. 기간제교사의 차시중과 관련한 갈등을 다룬 본보 최근 칼럼을 읽고 독자가 항의전화를 해온 사례도 있습니다만….

▽양창순 위원=남녀평등은 분명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의 하나이겠지요. 양성평등 문제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심각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남녀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 공존 공생할 수 있도록 언론이 방향을 잡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용훈 위원장=능력과 자질이 같은데도 여성이라고 차별한다면 그것이 성차별이겠지요. 차시중은 남성과 여성 다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 사안이 불거졌는가에 있습니다.

▽김영석 위원=언론보도가 남녀의 사회적 역할이나 업무를 생물학적 차이에 따라 정형화하는 것이 문제가 돼왔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TV나 영화에서 남녀가 동등한 능력과 역할을 맡게 되는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고 남녀평등에 대한 의식의 변화도 가속도를 붙이게 됐지요. 우리는 과도기에 서있는 것 같습니다.

▽이종왕 위원=남성우월 의식이 오랜 기간 우리 사회의 저변에 스며 있었던 까닭에 언론도 무의식중에 성차별적 시각을 나타내는 사례가 눈에 띄는데 주의해야겠습니다. 무심결에라도 성차별하는 보도를 하지 않도록 유념하고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2월 개그우먼 이경실씨가 남편의 폭력으로 입원했을 때 일부 언론이 보여준 보도태도에 대해 최근 한 토론회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이종왕=피해자가 연예인이고 여성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선정주의로 흐른게 아닌가 싶습니다. ‘행실에 의혹이 있다’느니 하는 식으로 접근한 일부 보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양창순=어느 토론회에서 만났던 한 경찰 고위직 인사마저 “만약 내 딸이 성폭력 피해자라고 해도 나는 고발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사안을 보도할 때는 그 어떤 사안보다도 진지하게 접근하고 문제의 핵심을 드러내야 마땅할 텐데 가십이나 스캔들 수준의 흥밋거리로 다뤄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김영석=우리 사회만큼 성이 상품화되고 흥미위주로 다루어지는 사회도 드물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상황이니 언론 역시 선정주의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권위지는 여성관련 뉴스를 선정주의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사회적 이슈로 진단해보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신문이나 TV가 양성평등을 북돋우는 보도를 하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양창순=강금실 법무장관이나 송경희 전 청와대대변인 등은 국가의 핵심기능을 책임지는 지위에 있거나 있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흥미위주로 접근하는 보도들을 보게 됩니다. 어떤 색깔의 옷을 입고 쇼핑은 어떻게 하며 어느 미용실에 주로 들르는지, 나아가 이혼과정이 어떻고 전 남편의 빚을 떠안아 고생한다는 등 핵심을 벗어나는 보도가 그런 예이지요.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역할, 능력, 자질 등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으로 책임진 기능에 부합하는 내용을 이슈화하려는 보도에서 벗어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김영석=이제는 우리 언론도 똑똑한 여성을 ‘사회의 양념’ 정도로 보는 시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대학도 과거 10%대에 머물렀던 여대생 비율이 이제는 50%를 넘나들 정도로 사회가 바뀌었습니다. 미국 신문들은 남녀 구별 없이 어떤 사람을 지칭할 때 과거에 통용되던 3인칭 대명사 ‘he’(그남자)를 ‘he/she’(그남자/그여자)로 바꾸어 쓰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됐습니다. 여성 관련 보도를 할 때는 소재선정에서부터 보도방식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이용훈=법률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대목은 있지만 성차별 보도에 대해 앞으로는 반론보도 청구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정리=김종하기자 1101ha@donga.com

▼참석자 명단▼

이 용 훈 위원장(李容勳·전 대법관)

이 종 왕 위원(李鍾旺·변호사)

김 영 석 위원(金永錫·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

양 창 순 위원(楊昌順·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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