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경제는…①]高환율덕에 섬유산업 소생기미

  • 입력 1998년 4월 12일 20시 55분


《극심한 침체속에 빠져있는 지방경제의 현지 표정은 어떨까. 한때 사양산업으로 내몰렸던 업종이 수출활황으로 휘파람을 부는가 하면 지역경제를 이끌던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벼랑끝에 서는 등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전국의 주요공단과 수출단지 항만 현장을 집중 조명, 지방경제의 현황을 시리즈로 점검한다.》

섬유산업은 대구 경제의 대표주자.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업종에 밀려 산업 자체가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은지 오래. 하지만 착실한 구조조정과 ‘국제통화기금(IMF)환율’덕에 가격경쟁력이 치솟으면서 휘파람을 부는 섬유업체도 있다.

지난해 폴리에스테르 분야에서 1억7천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린 ㈜성안도 그런 업체중 하나. 이 회사 박호생(朴浩生)부사장은 “섬유가 ‘사양산업’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고 말한다. 그는 “사양산업이 아니라 사양업체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성안은 ‘다품종 다양화 다각화’를 모토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 1백50가지 이상의 섬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을 수출해 달러를 벌어 들인다.

대구의 섬유산업 관계자들은 90년대 이후 ‘아, 옛날이여’를 입에 달고 다녔다. 하지만 요즘은 그 목소리가 한결 줄어들었다. 워낙 주변 산업의 상황이 안좋기 때문. 그나마 섬유 산업은 다행스러운 편이다.

대구 지역 중소제조업체의 사정은 그야말로 심각한 상태. 2월 한달동안 조업률이 59.8%로 떨어졌다. 60% 밑으로 떨어진 것은 90년 이후 처음있는 일.

중소기업협동조합 경북지회측은 “청구나 보성같은 이 지역의 굵직굵직한 건설업체가 휘청거리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수많은 협력업체가 어음을 결제받지 못해 도미노처럼 줄줄이 쓰러질 판이라는 것.

중소기업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은 역시 자금난. 돈줄이 말라 신규 대출은 꿈도 못꾸는 데다 어음할인도 제대로 안된다. 최근 우수중소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던 S사 K사장은 “요즘들어 정부의 압력으로 은행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지만 실제는 안그렇다”며 “업종이 섬유라고 하면 은행에서 아예 상담 자체를 거부하기 일쑤”라고 분개했다.

인근 구미 공단은 대구보다 사정이 훨씬 나은 편. 전자 관련 대기업의 공장과 관련 부품 업체들이 주로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공단내 4백30개 업체 가운데 가동이 줄거나 중단된 업체는 현재 65개사 정도다.

그러나 대기업 중심이라는 특성상 고용 불안이 최대 현안이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지방 공장에도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불어 닥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말부터 신규 고용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대구·구미=홍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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