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가격 추가폭락 없을듯…담보 대출비율 60%선

  • 입력 1998년 4월 9일 19시 55분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비해 주택 가격은 20% 가량, 토지 가격은 30% 이상 떨어졌다. 기업들은 무더기로 도산하고 금융권은 살아남기에 급급해 자금줄을 죄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다가 경제 전체가 마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그러나 ‘복합불황(複合不況)’의 가능성은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따라서 이들은 경기부양도 부동산 시장의 정상적인 가격메커니즘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복합불황 가능성〓복합불황이란 담보 부동산의 가격이 폭락, 부실채권화되면서 금융기관이 대출을 급격히 줄여 경제 전체가 장기불황에 빠져드는 현상.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개발붐을 타고 부동산값이 폭등한 뒤 금융긴축에 따라 폭락했던 80년대말∼90년대초 일본 상황이 전형적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 즉 국내부동산의 가격하락은 차입경영에 의존해온 부실기업들이 부동산 매물을 많이 내놓은데다 가계소득이 떨어져 개인이 부동산을 매입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됐다는 것.

또 담보부동산 가격 대비 대출금의 비율이 당시 일본(100% 이상)보다 훨씬 낮은 60∼70%에 불과해 ‘자산 디플레이션’이 은행에 미치는 충격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부동산실명제 등으로 93,94년에 어느 정도 조정기간을 거쳤다는 점도 부동산 가격 추가폭락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총액이 국민총생산(GNP)의 4.3배로 미국 영국은 물론 일본(3.9배)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게 사실이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재 부동산가격의 20∼40%를 ‘거품’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석들을 종합하면 거품요인에 따라 부동산값이 10% 가량 더 떨어질 것이나 경기부양책이 효력을 발휘할 99년말이면 서서히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부양이냐 구조조정이냐〓정부가 복합불황 우려를 전제로 건설업 살리기에 급급해 경기부양책을 쏟아놓다보니 건설업 구조조정은 소홀히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가 주택 2백만가구 건설사업(88∼92년)이후 ‘불특정다수를 겨냥한 대량공급체계’를 유지해왔으며 이 때문에 투기가 빚어지고 부실공사가 고질화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주택보급률이 92%에 이른 상황이므로 종전의 정책기조에서 벗어나 수요자 취향에 맞는 전문화된 상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시장 질서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불황 타개에만 매달리지 말고 과잉경쟁 양상을 보이는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는 것.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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