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대표서리 임명]이회창系『「反李」측 주장수용』긴장

  • 입력 1997년 7월 1일 20시 11분


신한국당 총재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李會昌(이회창)대표 사퇴 후 당을 대표서리체제로 운영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도 대선후보경선과 관련한 당내 불공정시비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이회창전대표의 사표수리에 앞서 신한국당 당무위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중요한 것은 (경선과정에서) 불공정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을 때부터 이같은 조치가 이미 예고된 셈이다. 이날 김대통령이 경선과 관련해 「불공정시비」를 공식석상에서 언급하자 당내에서는 해석이 엇갈렸다. 이회창전대표 진영은 앞으로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당부한 것으로 해석한 반면 「반(反) 이회창」 진영은 김대통령이 이전대표의 대표재임중 경선불공정행위를 암시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했다. 무엇보다도 「반 이회창」 노선을 분명히 한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 고문인 李萬燮(이만섭)고문을 대표서리로 임명한 배경도 김대통령의 의중, 즉 「김심(金心)」의 향배 및 향후 경선구도 변화와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분위기다. 또 최근 金光一(김광일)대통령정치특보 임명과도 상관관계가 있지 않으냐는 시각이 당내에 적지 않다. 이대표서리는 이전대표를 지지하는 金潤煥(김윤환)고문과는 오랜 라이벌관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대표서리체제는 결과적으로 「반 이회창」 진영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어서 이전대표 진영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전대표가 경선후보 등록전 사퇴의사를 표명하면서 이전대표 사퇴 후 전당대회 때까지의 과도적이고 한시적인 당운영과 관련해 이전대표 진영은 사무총장직무대행체제를, 「반 이회창」 진영은 대표서리체제를 각각 희망해왔다. 대표서리를 둘 경우 오는 21일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가 선출되더라도 당장 총재직을 이양하기는 어려운 사정이기 때문에 상당기간 공식적인 당직이 없는 대선후보의 운신에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게 이전대표 진영의 논리였다. 즉 야당의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후보나 金鍾泌(김종필)자민련후보는 당총재직을 겸하고 있어 각종 활동을 합법적인 당내행사 차원에서 할 수 있으나 당직이 없는 신한국당 대선후보의 활동은 사전선거운동으로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반면 「반 이회창」 진영이 대표서리체제를 희망한 것은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이 이대표측 사람이라는 시각에 근거한 주장이었다. 박총장 직무대행체제는 이전대표 재임시 축적된 경선의 불공정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게 「반 이회창」 진영의 논리였다. 이전대표가 사퇴의사를 표명한 직후 「반 이회창」 진영의 6인주자와 정발협은 이전대표 사퇴후 당운영과 관련, 「박총장배제」 및 대표서리체제 원칙에 합의하고 김정치특보와의 연쇄면담을 통해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었다. 따라서 대표서리체제출범으로 박총장에 대한 김대통령의 신임도를 읽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김대통령이 공정한 경선을 거듭 천명한 이상 「김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긴 하다. 그러나 이대표서리나 김정치특보의 행보를 둘러싸고 「김심」논란이 재연될 소지는 없지 않다. 〈임채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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