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드렛물로도 못쓰는 지하수

  • 입력 1997년 3월 7일 19시 57분


하천 호수 등의 수질오염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땅속 지하수의 오염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왔다. 대체 수자원으로서 지하수의 중요성도 잘 모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용수이용량의 12% 수준인 25억t 가량의 지하수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물부족현상이 심해지면서 지하수의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물수요가 매년 급증하고 있으나 댐과 하천수의 개발과 이용에는 한계가 있어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각종 용수의 부족량을 지하수로 충당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현재 연간 약 1억t의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는 서울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서울시 지하수의 88%가 심하게 오염돼 마실 수 없는 물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그중 16%는 허드렛물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하수 오염의 원인이다. 총길이 9천5백80㎞에 이르는 서울시 하수관이 5m 간격으로 파손돼 이곳에서 새어 나간 오폐수가 지하수를 오염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전 관리만 잘하면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귀중한 수자원인 지하수가 극심하게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 우선 안타깝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하수관이 만신창이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묻은지 오래된 노후관이 보수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하수관의 결함이 이음새 불량, 연결관 돌출, 찌꺼기 퇴적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다. 하수관을 애당초 잘못 묻었고 관리 또한 소홀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는 책임을 물어 마땅한 직무유기다. 하수관이 낡고 파손된 곳이 많아 생활하수가 끊임없이 샌다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니다. 토양과 지하수를 더럽히는데 그치지 않고 수돗물마저 오염시킬 우려가 크다. 서울의 상수관 역시 낡은 곳이 많아 수돗물의 35%가 누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압이 낮아지거나 일시적으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될 때 땅속에 스며든 오폐수가 수도관으로 흘러들 것은 뻔하다. 서울시는 2006년까지 서울시내 모든 하수관을 전면 보수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불량 하수관이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닌데 뒤늦게 하수관 정비계획 운운하는 것이 한심스럽다. 뿐만 아니라 하수관 보수 정비공사가 제대로 되리라는 믿음도 갖기 어렵다. 이번만은 제발 이같은 불신을 씻어주기 바란다. 지하수 오염방지대책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예방이 최선이다. 한번 오염된 지하수를 다시 깨끗이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하수의 수질관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수관 일제정비에 앞서 폐수 배출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지하수 개발과 이용 등에 대한 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지하수 정보관리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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