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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섭의 시네월드]「율리시즈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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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섭의 시네월드]「율리시즈의 시선」

입력 1996-10-17 10:53수정 2009-09-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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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즈의 시선」은 꽤 난해한 작품이다. 어렵기로 소문난 타르코프스키의 영 화들도 이 영화에 비하면 좀 까다로운 산수에 불과하다. 그리스의 영화감독 테오 앙 겔로플로스의 95년작은 웬만한 관객들의 호기심에는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우선 이 영화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대로 호메로스의 고전 「오디세이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영화감독 A는 발칸 반도 최초 의 영화인이었던 마나키아 형제의 궤적과 그들의 사라진 영화를 찾아나선다. 영화의 관심은 백색과 적색 테러가 교차됐던 이데올로기의 허망한 열정과 지금은 보스니아 내전의 인종청소로 치달은 민족주의의 광기에 있다. 관객들은 유럽의 지리와 역사 에 대한 시사상식 이상의 지식도 가져야 한다. 상영시간은 무려 1백80분여분. 그것도 할리우드 영화처럼 매력적인 주인공의 위대 한 드라마가 아니라 인생의 기로에 선 주인공의 방황의 여행이다. 더 난감한 것은 스타일. 기나긴 여정의 과정에서 자아를 확인한다는 로드 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지 만 예사롭지 않다. A는 여행중에 4명의 여자와 만나게 되는데 여인들은 화면에 나타 났다가는 갑자기 사라지고 한참이 지난 후에는 같은 배우가 다른 역할로 부활된다. 또 공상과학 장르가 아니면서도 영화의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또 알 수 없는 시제로 점프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난공불락」에 가까운 영화다. 그러므로 영화를 알량한 머리로 해석하 려는 「만용」을 거두는 것이 이해의 첫걸음이다. 이 작품은 연대기적 역사를 추적 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며 더욱이 현대사 강의도 아니기 때문이다. 「율리시즈의 시 선」은 차라리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여유로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눈은 더욱 부릅떠야 한다. 앙겔로플로스 감독은 습작영화를 독립영화라 강 변하는 허풍선이도, 게다가 빈약한 지성과 감성을 아트영화라는 겉치레로 위장하는 위선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와 개인을 하나의 시선으로 아우르는 거대한 안목을 지닌 시대의 거장이다. 잃어버렸던 필름이 현상되어 그 빛바랜 영상이 화면에 영사될 때 관객은 영화의 신비와 세상의 진리에 도달하게 된다. 「율리시즈의 시선」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한 무게로 다가올 영화다. 하비 카이텔. 이 개성파 할리우드 배우가 유럽 아트영화에 서 더욱 빛을 발한다. 강 한 섭(서울예전 영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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