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팔다리에서 왕성하게 휘두르는 것 외의 의미를 찾고자 하지 않지요. 아마 우리도 팔다리를 좀 더 쓴다면 행복해질 겁니다.” ―윌 듀랜트,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중 남편은 일곱 살 아들을 ‘다리미’라고 부른다. 아들은 시종일관 조잘거리고, 내키는 대로 춤…
“인간이 인간답고, 그 인간이 세계와 맺는 관계도 인간다운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럴 때 사랑은 사랑으로만, 신뢰는 신뢰로만 교환될 수 있다.” ―카를 마르크스, ‘경철 수고’ 중 회색 활자 속에서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두통 속에서도…
‘길을 잃어라. 강제된 실수와 적당한 불안이 최고의 안내원이다.’ ―안드레 애치먼 ‘알리바이’ 중 그날 나는 시차 때문에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떴다. 밖으로 나가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피렌체 대성당이 나왔다. 전날 성당 사정으로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던 터라, 굳게 닫힌 문…
“자네하고 나는 그런 날을 보기 전에 죽겠지. 그런 날이 와도 내 이름은 완전히 잊혔을 걸세.” ―스티븐 존슨 ‘감염 도시’ 중에서 19세기 영국 런던에도 전염병이 돌았다. 콜레라가 창궐해 세 블록에서 100명 이상이 죽었다. 대도시 자체가 콜레라균의 산파였다. 도시는 좁은…
‘총명한 젊은 여성이 하루 종일 작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지루한 일은 없다. 나는 유모차를 밀면서 머릿속으로 시를 썼다.’ ―도리스 레싱 ‘분노와 애정’ 중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지만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할 때까지 적잖이 주저하는 시간을 보냈다. 결혼한 여…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아 포터필터에 담습니다. 원두가 평평해지도록 일정한 압력을 주어 누릅니다. 우리는 더블샷 버튼을 눌러 커피를 추출합니다.’ ―모모초 ‘오늘의 커피는 무슨 맛’ 중 15년 동안 매일매일 오늘의 커피 맛을 궁금해했다. 단순해 보이는 검은 액체는 복잡한 맛과…
‘우리의 소망이란 우리들 속에 있는 능력의 예감이다.’ ―괴테 자서전 ‘시와 진실’ 중 대문호 괴테가 문학사에 각인시켜 놓은 것은 파우스트나 베르테르, 에그몬트 같은 허구의 인물들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괴테’ 자신이다. 그의 자서전 ‘시와 진실’은 출생에서 26세까지만 담…
‘그러나 경험이 독서보다 반드시 삶에 더 유효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데에 독서의 신비가 있다.’ ―김인환 ‘타인의 자유’ 중 한 사람이 묻는다. “네가 직접 해봤어?”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당황한다. 이 물음은 경험의 유무를 따져 경험하지 않은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 말이다…
“몸은 늙는데 마음 더욱 젊어오는 따뜻한 저 형벌을 어쩔 것인가” ―공상균 산문집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중. 구례 화엄사 뒤편 대나무숲길을 지나면 나오는 작은 암자에서 공상균 작가는 노스님의 분홍색 찻잔을 보았다. 청춘을 수행으로 다 보낸 노스님께 마음이라도 젊게 …
‘시간은 코앞에서 흔들리는 탐스러운 엉덩이/올라타고 싶은 순간과 걷어차고 싶은 순간으로/뒤뚱거린다/돌멩이를 삼키는 거위처럼.’ ―유계영 ‘해는 중천인데 씻지도 않고’ 중 “보름 정도 황토방에서 묵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처음 전화를 받고 거절을 했다. 화개장터 가까운 곳에 좋은 …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은 위대한 진리예요.” ―조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중 코로나19 사태는 조제 사라마구(1922∼2010)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공간은 알 수 …
“오늘날도 그렇지만, 중세 세계에서는 부자들이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남들과 차별화할 필요가 있었다.” ―피터 프랭코판 ‘실크로드 세계사’ 중 실크로드에는 비단, 보석, 향신료, 모피, 말, 차 같은 사치품들이 흘러 다녔다. 이 상품들은 주로 부유층들이 그들의 지위와 위신을 위해 …
가끔 수면 위에서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는 건 좋지만 고래가 살아야 할 곳은 물속이듯, 결국 고고학자의 가장 큰 즐거움은 혼자 외롭게 유물을 바라보는 중에서 피어나야 한다.―강인욱 ‘고고학 여행’ 중 누구나 타인의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어떤 직업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
‘우리가 그 속에서 숨은 모과를 발견하기만 한다면 평범이 특별함이다.’ ―박연준 ‘모월모일’ 중 이 말에 끌려 산문집을 집어 들었다. 표지의 신비로운 보석처럼 생긴 것이 실은 매일 써서 닳아버린 비누란 것도 마음을 끌었다. 작가는 평범한 날들을 기리며 이 글들을 썼다. 잊어버려서 …
“식물의 생김새에 궁금증을 갖고 관찰하다 보면, 그 형태에 이들이 살아온 역사와 사연 등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답니다.” ―이소영 ‘식물의 책’ 식물은 제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새순을 내며 꽃을 피우고 향을 내뿜는다.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나에게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