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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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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기하고 싶다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1〉

    포기하고 싶다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1〉

    《옥상에 올라온 참새를 보고 놀라다가 아 너는 새지 너는 날 수가 있지, 라고 중얼거렸다살아 있다는 것을 잊고살아 있다너무 위험하다고 느껴질 때는나한테 전화해도 된다고 선생님이 말해줄 때고마웠다삶은 어디에나 있다삶은 어디에나삶은 어디에삶은 어디삶은동생이 비둘기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해줄…

    • 20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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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목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0〉

    영목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0〉

    … 한때는 귀신이 펑펑 울 그런 해원의 시를 쓰고 싶었다. 천년의 세월에도 닳지 않을, 언뜻 주는 눈길에도 수만 번의 인연을 떠올려 서로의 묵은 업장을 눈물로 녹이는 그런 시./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야, 지게 작대기 장단이 그리운 이 나이가 되어서야, 고향은 너무 멀고 그리운 사람들 …

    •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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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귤 한 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9〉

    귤 한 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9〉

    귤 한 개가 방을 가득 채운다.짜릿하고 향깃한 냄새로 물들이고,양지짝의 화안한 빛으로 물들이고,사르르 군침 도는 맛으로 물들이고,귤 한 개가 방보다 크다.―박경용(1940∼ )

    • 202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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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8>

    폭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8>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온 어린 노루 사냥꾼의 눈에 띄어 총성 한 방에 선혈을 눈에 뿌렸다 고통으로도 이루지 못한 꿈이 슬프다 ―유자효(1947∼)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 있다. 눈은 어디에서 봐도 눈인데 입장이 다르면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

    • 20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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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에 빗자루 기대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7〉

    담에 빗자루 기대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7〉

    담에 빗자루 기대며―신현정(1948∼2009) 이 빗자루 손에 잡아보는 거 얼마만이냐/여기 땅집으로 이사와 마당을 쓸고 또 쓸고 한다/얼마만이냐/땅에 숨은 분홍 쓸어보는 거 얼마만이냐/마당에 물 한 대야 확 뿌려보는 거 얼마만이냐/땅 놀래켜보는 거 얼마만이냐/어제 쓸은 마당, 오늘 또…

    • 20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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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6〉

    12월[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6〉

    12월 ―홍윤숙(1925∼2015) 한 시대 지나간 계절은/모두 안개와 바람/한 발의 총성처럼 사라져간/생애의 다리 건너/지금은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추억과 북풍으로 빗장 찌르고/안으로 못을 박는 결별의 시간/이따금 하늘엔/성자의 유언 같은 눈발 날리고/늦은 날 눈발 속을/걸어와…

    •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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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5〉

    우주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5〉

    우주인 ―김기택(1957∼ ) 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허공에서 허우적 발을 빼며 걷지만/얼마나 힘드는 일인가/기댈 무게가 없다는 것은/걸어온 만큼의 거리가 없다는 것은/그동안 나는 여러 번 넘어졌는지 모른다/지금은 쓰러져 있는지도 모른다/끊임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거나/인력에 끌…

    • 20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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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하나 꽃 피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4〉

    나 하나 꽃 피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4〉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활활/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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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부랑 할머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3〉

    꼬부랑 할머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3〉

    꼬부랑 할머니 ―남재만(1937∼ ) 삶이 뭔지, 난 묻지 않으리. 저어기 저 할머니 꼬부랑 할머니 구십을 넘게 살았어도. 삶이 뭔지 그게 도대체가 뭔지 아직도 알 수가 없어. 저렇게 의문표가 되어 온몸으로 묻고 있는데, 난 묻지 않으리. 삶이 뭔지 뭐가 삶인지 내사 묻지 않으…

    • 20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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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2〉

    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2〉

    연 ―김현승(1913∼1975) 나는 내가 항상 무겁다, 나같이 무거운 무게도 내게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 무거워/나를 등에 지고 다닌다,/나는 나의 짐이다. 맑고 고요한 내 눈물을/밤이슬처럼 맺혀보아도, 눈물은 나를 떼어낸 조그만 납덩이가 되고 만다. 가장 맑고 아름다운/…

    • 20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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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운 사랑[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1〉

    추운 사랑[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1〉

    추운 사랑 ―김승희(1952∼ ) 아비는 산에 묻고 내 아기 맘에 묻네, 묻어서 세상은 재가 되었네, 태양의 전설은 사라져가고 전설이 사라져갈 때 재의 영(靈)이 이윽고 입을 열었네 아아 추워-라고, 아아 추워서 아무래도 우리는 달려야 하나, 만물이 태어나기 그 전날까지 아무래…

    • 202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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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겨울의 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0〉

    그 겨울의 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0〉

    그 겨울의 시 ―박노해(1957∼)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할머니는 이불 속에서/어린 나를 품어 안고/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

    • 202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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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하는 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69〉

    이별하는 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69〉

    이별하는 새 ―마종기(1939∼ ) 그럼 잘 가요. 가다가 길 잃지 말고 여린 영혼은 조심히 안고 가야 할 곳 잊지 말고 조심해 가요. (중략) 어느 인연 아래서건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우선 영혼끼리 인사를 나누고 내 숨소리가 편하게 당신께 가는지, 당신의 체온이 긴 다리를 건너…

    • 202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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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68〉

    행복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68〉

    행복론 ―조지훈(1920∼1968) 멀리서 보면 / 보석인 듯 주워서 보면 / 돌멩이 같은 것 울면서 찾아갔던 / 산 너머 저쪽. 아무 데도 없다 / 행복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 마음속에 만들어 놓고 혼자서 들여다보며 / 가만히 웃음짓는 것. (후략) 1967년 10월 27…

    • 20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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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뼈아픈 후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67〉

    뼈아픈 후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67〉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 황지우(1952∼)

    • 202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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