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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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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 1[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06〉

    소 1[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06〉

    소 1 - 권정생(1937∼2007) 보릿짚 깔고보릿짚 덮고 보리처럼 잠을 잔다. 눈 꼭 감고 귀 오그리고 코로 숨 쉬고 엄마 꿈 꾼다. 아버지 꿈 꾼다. 커다란 몸뚱이, 굵다란 네 다리. ―아버지, 내 어깨가 이만치 튼튼해요. 가슴 쫙 펴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

    • 20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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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05〉

    15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05〉

    15년 - 김준태(1948∼) 도시에서 15년을 살다 보니 달팽이 청개구리 딱정벌레 풀여치 이런 조그마한 것들이 더없이 그리워진다 조그만, 아주 조그마한 것들까지사람으로 보여와서 날마다 나는 손톱을 매만져댄다 어느날 문득 나도 모르게 혹은 무심하게 이런 조그마한 것들을 짓눌러 죽여버릴…

    • 20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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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04〉

    강[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04〉

    강 ― 황인숙(1958∼)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비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

    • 20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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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천국[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203〉천국[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천국 - 박서영(1968∼2018) 밤의 국도에서 고라니를 칠 뻔 했다 두 눈이 부딪혔을 때나를 향해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짓던고라니의 검고 큰 눈망울 오랫동안 그걸 잊지 못하고 있다 그날 이후 그 길을 지날 땐 자꾸 뭔가를 만지게 돼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천국을 아직도 돌려주지 …

    • 20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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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기적[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202〉기적[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기적 ― 심재휘(1963∼) 병실 창밖의 먼 노을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저녁이 되니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네 그후로 노을이 몇 번 더 졌을 뿐인데 나는 그의 이른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하루가 거푸집으로 찍어내는 것 같아도 눈물로 기운 상복의 늘어진 주머니 속에는불씨를 살리…

    • 201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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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겨울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201〉겨울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겨울밤 - 이명수(1945∼) 노모는 낮에 자고 밤에 깨어 있다나는 옆방에서문을 반쯤 열어놓고 귀도 반쯤 열어놓고 잔다 흐린 정신이 밤에 돌아오시나 보다 새벽녘에 밥을 찾고 물을 찾는다 나도 새벽에 밥을 좀 먹고 물을 마신다 그러다 노모 곁에서 연필을 깎아시를 쓴다 시를 지운다나도 밤…

    • 201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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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00〉꿈 팔아 외롬 사서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00〉꿈 팔아 외롬 사서

    꿈 팔아 외롬 사서 - 변영로(1898∼1961) 꿈 팔아 외롬 사서산골에 사쟀더니 뭇새 그 음성 본을 뜨고 갖은 꽃 그 모습 자아내니 이슬, 풀, 그 옷자락 그립다네. 꿈 팔아 외롬 사서 바닷가에 늙쟀더니 물결의 수없는 발 몰려들매 하늘과 먼 돛과 모래밭은 서로 짠 듯 온갖 추억 들…

    • 201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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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9〉어머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9〉어머니

    어머니 ― 김남주(1946∼1994) 일흔 넘은 나이에 밭에 나가김을 매고 있는 이 사람을 보아라 아픔처럼 손바닥에는 못이 박혀 있고세월의 바람에 시달리느라 그랬는지얼굴에 이랑처럼 골이 깊구나 봄 여름 가을 없이 평생을 한시도일손을 놓고는 살 수 없었던 사람이 사람을 나는 좋아했다자식…

    • 201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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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8〉사령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8〉사령

    사령 - 김수영(1921∼1968) ……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아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라 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 담장…

    • 201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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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7〉그날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7〉그날

    그날 - 곽효환(1967∼ ) 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가울컥 울음이 터졌다 멈출 수 없어 그냥 두었다 오랫동안 오늘 이전과 이후만 있을 것 같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밤, 다시 견디는 힘을 배우기로 했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고대’라는 말이 어울리던 옛날에…

    • 20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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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6〉그리운 그 사람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6〉그리운 그 사람

    그리운 그 사람 ― 김용택(1948∼ ) 오늘도 해 다 저물도록그리운 그 사람 보이지 않네 언제부턴가 우리 가슴속 깊이 뜨건 눈물로 숨은 그 사람 오늘도 보이지 않네 모낸 논 가득 개구리들 울어 저기 저 산만 어둡게 일어나 돌아앉아 어깨 들먹이며 울고 보릿대 들불은 들을 뚫고 치솟아 …

    • 201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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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5〉돌아가는 것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5〉돌아가는 것

    돌아가는 것 - 이영광(1965년∼) 요 몇 해,쉬 동물이 되곤 했습니다 작은 슬픔에도 연두부처럼 무너져 내려서, 인간이란 걸 지키기 어려웠어요 당신은 쉽습니까 그렇게 괴로이 웃으시면서 요 몇 해, 자꾸 동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눈물이라는 동물 동물이라는 눈물 나는, 돌아가는 것이었습…

    • 201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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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4〉14K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4〉14K

    14K ― 이시영(1949∼ )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보니 내가 끼워드린 14K 가락지를 가슴 위에 꼬옥 품고 누워 계셨습니다. 그 반지는 1972년 2월 바람 부는 졸업식장에서 내가 상으로 받은,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어머님의 다 닳은 손가락에 끼워드린 것으로, 여동생 말에 의하면 …

    • 201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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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3〉봄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3〉봄밤

    봄밤 ― 이기철(1943∼ ) 봄밤 잊혀지지 않은 것들은 모두 슬픈 빛깔을 띠고 있다숟가락으로 되질해온 생이 나이테 없어이제 제 나이 헤는 것도 형벌인 세월 낫에 잘린 봄풀이 작년의 그루터기 위에 또 푸르게 돋는다 여기에 우리는 잠시 주소를 적어두려 왔다 어느 집인들 한 오라기 …

    • 201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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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2〉아침 식사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92〉아침 식사

    아침 식사 - 유자효(1947∼) 아들과 함께 밥을 먹다가송곳니로 무 조각을 씹고 있는데 사각사각사각사각 아버지의 음식 씹는 소리가 들린다 아 그때 아버지도 어금니를 뽑으셨구나 씹어야 하는 슬픔 더 잘 씹어야 하는 아픔 요즘은 초록색 이파리가 빛나고 기운이 생동하는 때이다. ‘신록예…

    • 201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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