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윗옷 벗어 흔들며 100분 작심발언…“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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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16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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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흔들리지만 검찰 흔드는 손 보라”…격정 쏟아내
5·18 언급하다가 ‘울컥’…끝내 말잇지 못한 채 퇴장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9.5.16/뉴스1 © News1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9.5.16/뉴스1 © News1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내며 그간 내보이지 않았던 감정을 드러냈다.

문 총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1시간45분간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한 축을 담당하는 조직의 장으로서 말씀드리는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싶다”고 취지를 밝힌 뒤 강도 높은 답변을 시작했다.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입장해 담담하게 취재진의 물음에 대답해나가던 문 총장은 ‘정치권력이 검찰을 장악하려 시도하고 검찰이 휘둘린 측면도 있다’는 지적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윗옷을 벗어들었다.

그는 한 손으로 윗옷을 쥐고 흔들며 “뭐가 흔들리느냐, 옷이 흔들리지만 흔들리는 건 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옷을 보고 말하면 안 된다”며 “외부에서 중립을 흐트리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동체의 각 세력은 자기에게 유리한 결론 얻으려 노력할 수 밖에 없고 그건 헌법에 보장돼있는 당연한 것이다”라며 “흔들리는 것이 어느 부분에서 시작되는지를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외부세력의 책임도 있다고 역설했다.

최근 전국 검사장들에게 수사권 조정 관련 이메일을 보낸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서는 “장관이 이메일에 말한대로면 검찰은 입을 싹 닫아야 한다”며 “외국 사례도, 구체적 사례도 말해선 안 된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3일 박 장관은 이 이메일을 통해 검찰 직접수사 범위 확대와 보완수사 요구권 강화 등을 보완책으로 제시하며, 개인적 경험이나 특정사건을 일반화시키지 말고 해외 사례가 아닌 현실상황과 제도를 토대로 논의할 것을 검찰에 당부한 바 있다.

문 총장은 “그럼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 줄 넣으면 되지 않느냐”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한다”고 서슴없이 비판했다.

또한 박 장관과의 그간 논의과정에 대해선 “대화는 여러번 했고 만난 적도 여러번 있는데 어느정도가 소통하는 것인지는 사람마다 내포하는 의미가 다르다”며 “만나고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사람마다 소통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소통했다고 표현은 못 하겠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문 총장은 이날 마무리 발언을 하던 중 북받치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 하고 퇴장하기도 했다. 그는 후임 총장에게 수사권 조정 과제를 물려주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며 “공무원 생활을 지금까지 32년 넘게 해오는 동안 사실 광주에서….”까지 이야기하고 울컥하는 감정을 감추지 못 했다.

전남 광주 출신인 그는 5·18 민주화운동 경험을 언급하며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던 경험과 검사가 된 이후에는 형사사법 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위해 80여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문 총장은 본인 삶과 소신의 배경을 밝히며 검찰 업무를 비롯한 이번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도 민주적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임해왔다는 소명도 준비했으나 전하지 못 한 채 자리를 떠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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