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이론 물리학의 대가 미치오 가쿠의 ‘마음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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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 완전 해독 그날이 오면… 정신이 몸을 떠나 여행을 한다?


6월 13일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는 하체가 마비된 소년이 등장해 시축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된다. 헤드기어에서 뇌파를 모아 이 신호를 의족에 전달해 공을 찰 수 있게 해준다. 두뇌의 기억과 생각을 기계에 저장할 수 있고 외부 장치나 아바타를 통해 생각한 그대로를 구현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이달 초 미국에서 출간돼 단숨에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고 있는 미치오 가쿠(사진)의 ‘마음의 미래(Future of Mind)’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뉴욕시립대 석좌교수인 저자는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이면서 ‘평행우주’ ‘미래의 물리학’ 같은 인기 과학책을 쓴 대중과학저술가다. 이번에는 우주만큼이나 여전히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두뇌 연구를 파헤쳤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의 뇌 연구가 인류 역사 전체에 걸친 연구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3개의 프로젝트를 주목했다. 유럽연합(EU)이 10억 유로(약 1조4851억 원)를 투입해 진행하는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는 두뇌를 컴퓨터에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미 정부가 지원하는 ‘선진신경기술을 통한 뇌연구(BRAIN)’ 프로젝트팀은 뇌의 신경세포 지도를 그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억만장자 폴 앨런은 두뇌 발달을 통제하는 뇌세포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를 후원한다.

그는 이들 프로젝트를 중세 유럽 대성당을 짓는 것에 비유했다. 성당을 짓는 데 100년 넘게 걸리는 것처럼 뇌 연구도 상당한 성과를 이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다. 미국의 프로젝트팀은 현재 15만 개의 신경세포를 지닌 초파리의 뇌 조직을 1m의 500억분의 1 넓이로 단층 촬영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저자는 “현 속도라면 이를 마무리하는 데 20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인간 두뇌의 신경세포는 1000억 개”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프로젝트도 14만7456개의 프로세서와 15만 GB(기가바이트)가 내장된 슈퍼컴 ‘블루진’으로 인간 신경세포와 신경전달물질의 4.5%만 재현해냈다. 제대로 작업을 하려면 수천 대의 블루진이 필요하다.

저자가 조명한 또 다른 미래는 ‘초인 지능’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인간의 생각을 컴퓨터에 저장해 서로의 생각을 네트워크로 읽고 소통하는 세상이 2040년경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미 육군은 초기 개발비용으로 630만 달러(약 68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한 ‘텔레파시 헬멧’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헬멧은 실험 참가자가 생각한 36개 단어를 정확하게 맞혔다. 이 헬멧이 완성되면 전쟁터에서 통신 장비 없이도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작전 수행이 가능해진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정신이 몸을 떠나 에너지의 형태로 자유롭게 우주를 탐험할 미래도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적인 용어가 있어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한 편의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가 난해함을 반감시켜 준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치오 가쿠#마음의 미래#뇌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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