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들 “구조개혁을 시장에만 맡기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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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1 기본역량진단’ 계획, 그대로 시행 땐 지방대 줄도산 우려
지방 사립대들, 대대적 보완 요구

교육부가 대학 입학 자원 급감에 대비해 마련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계획에 대해 지방 사립대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계획이 그대로 확정돼 시행될 경우 지방대학이 줄도산의 위기를 맞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14일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지역대학 배려를 강화하며 대학의 평가부담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학과 학생의 자율적 결정과 선택을 존중해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지방 사립대들의 반응은 차갑다. 6일 열린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임원단 회의에서 총장들은 “대학 지원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만연한 마당에 대학 구조개혁을 시장에만 맡기는 것은 책임의 방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잘 가르치는 대학들이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무더기로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왔다.

회의에 참석했던 A대학 총장은 “수도권보다 지방대, 국립대보다 사립대, 일반대보다 전문대, 대규모 대학보다 소규모 대학이 불리한 대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며 “지역의 교육과 경제를 이끄는 지방대학의 소멸과 지방의 공동화(空洞化)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현행 입학정원(49만여 명)이 유지될 경우 2024년의 대학 입학 자원은 정원에 비해 12만여 명이 적다. 이에 따라 지방의 하위 180개교가 거의 신입생을 받지 못할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지방 사립대들은 재학생 충원율을 지표로 삼는 진단 계획의 대대적인 보완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 지표 중 재학생 충원율 비중을 확대(기존 배점 6점에서 10점으로)하고 이를 일반재정지원대학 선정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B대학 관계자는 “진단 결과에 따른 재정지원 혜택은 모든 재학생이 다 받는 만큼 정원 외 재학생도 재학생 충원율에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다”며 “현재 전임교원 확보율과 교육비 환원율, 수업 관련 지표 산정에는 정원 내외 구분 없이 모든 재학생을 반영하지만 재학생 충원율 산정 시에는 정원 내 재학생만 포함시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등록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재학생 충원율은 권역별로 평가하려는 계획을 보다 세분하여 국립대와 사립대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학생 충원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임교원 충원율은 설립유형별(국공립대, 사립대, 국립대법인)로도 구분하고 있다.

정원 외 재학생 가운데 순수 외국인 유학생을 재학생 충원율에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방 사립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C대학 총장은 “교육부가 2015년부터 각종 정책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을 2023년까지 20만 명으로 늘리자고 독려해 왔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이 정책을 유지하고 이를 위해 유학생을 재학생 충원율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 외 전형 자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D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현재 정원 외 전형 유형의 대부분을 정원 내로도 선발해 혜택이 중복될 뿐 아니라 그나마 정원 외 전형 지원자 대부분은 수도권 대학에 몰려 지방 사립대에는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하지만 정원 외 전형의 모집 인원이 대학 입학 자원이 50만 명인 지금이나 68만 명이었던 2012년이나 13%로 동일하다”고 말했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임원단은 24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교육부 측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지방 사립대 요구사항들을 전달하기로 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2021 대학기본역량진단#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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