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육의 대안적 모델로 주목받는 해밀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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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르치고, 함께 배우고…하나로 어울리는 교육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은 한국어교육과 진로교육도 중요하지만 역사와 지리, 문화 등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은 한국어교육과 진로교육도 중요하지만 역사와 지리, 문화 등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약 237만 명이다.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교육기본통계’ 조사에 따르면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국내 출생, 중도입국, 외국인 가정) 수는 12만2212명이다. 전체 초중고생의 2.2% 규모다. 특히 최근 4년 사이 5만4406명이 늘어나는 등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 교육은 그 속도와 다양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다문화 가정 자녀 지원 정책은 국내에서 성장한 초중등 자녀에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중도입국 청소년의 수자와 진학, 취업률 역시 정확히 파악된 바 없다.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아우를 수 있는 교육 정책의 변화와 이들을 위한 특화 학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문화 학생들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해밀학교는 다문화 교육의 대안적 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해밀학교는 다문화 학생과 한국의 일반 가정 학생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학교공동체다. ‘세계적으로 사유하고 창조적으로 도전’하는 학교 문화를 기본으로 한다.


○ 평화를 배우는 세계 시민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은 한국어교육과 진로교육도 중요하지만 역사와 지리, 문화 등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은 한국어교육과 진로교육도 중요하지만 역사와 지리, 문화 등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편적인 국가 차원의 인식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의 지구공동체로 이해하는 공존과 평화 교육이 해밀학교의 목표다. 이에 중도입국 학생들을 위해 한국어 외에도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언어교육을 통해 국제적 감각을 고양한다. 체험활동, 특색교과 수업을 통해 서로가 어우러지는 융합교육도 지향한다. 또 생활관 공동체를 통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출발선이 평등한 교육복지’를 위해 가정형편 등과 상관없이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입학금, 분납금, 생활관비, 식비를 전면 무상으로 제공한다. 소득격차에 따른 학생 간의 위화감을 없앰으로써 평등한 교육공동체를 운영하겠다는 목표다.

학생 자율, 자치도 해밀학교의 목표다. 학생들은 해밀총회, 생활관 자치회의 등 열린 회의를 통해 민주적인 방식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훈련을 한다. 교육과정 안에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토대를 다진다는 설명이다.

자연친화적 전원학교로 생태감수성을 기르는 교육도 진행한다. 농사수업을 편성해 생명을 살리고 가꾸는 생태적 감수성을 키운다. 유기농업 방식의 농사수업을 통해 식재료를 자급하는 동시에 건강한 식생활 교육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전교생이 생활관을 중심으로 서로 협력하는 생활습관을 들이고, 또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해밀학교의 교육은 아무래도 한국어에 방점이 찍힌다. 중도입국 청소년, 다문화 가정 청소년 등 한국어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각 교과에 한국어 반을 편성했다. 적게는 1년, 많게는 2년 후 학생들이 일반 교과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목표다.


일반 수업에 참여하도록 한국어 교육

동아리 활동 시간을 통해 2명의 한국어 전담강사가 주 3회 수업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기본, 심화반으로 분반을 실시해 운영한다. 매일 1시간 수준별 수업 외에도 주 1회 합반 수업을 통해 한국의 사회문화를 교육한다.

생활외국어 수업도 진행한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에겐 부모님 나라의 말을 가르치고, 한국 학생들에게는 함께 사는 친구들의 말을 가르치는 시간이다. 베트남, 일본, 중국어 등 학생들이 원하는 언어를 공부할 수 있다.

문화탐방 수업도 있다. 각 나라의 지리, 역사, 풍습, 언어 등에 대해 함께 공부한다. 각 나라의 특징이 담긴 영상을 시청하거나 체험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여러 문화를 간접 체험함으로써 서로를 포용하는 자세를 배운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학생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해밀 총회, 각종 진로 및 동아리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축제, 김장도 함께

해밀학교에서는 ‘바람 너머 해밀’이라는 이름의 현장체험학습도 실시한다. 학교 담장을 벗어나 한국의 문화, 역사, 평화, 자연, 생태의식을 경험하는 교육의 장이다. 매년 교사, 학생, 학부모가 협의해 여행지를 결정한다. 여행준비위원회를 조직해 수개월 전부터 사전에 공동학습을 실시한다. 여행 후에도 발표회를 실시하고 여행을 정리하는 자료집도 발간, 보관한다.

해밀학교가 있는 강원 홍천군 남면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축제도 실시한다. ‘마을이 가르치고, 마을이 배우고, 마을이 즐기는’ 정신으로 지역민들과 화합하고 소통한다. 함께 김장도 한다. 농사수업을 통해 직접 길러낸 여러 농작물을 활용해 1년간 먹을 김치를 직접 담근다. 씨앗 심기부터 추수 과정까지 우리가 먹는 음식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다. 뿌리고 거두는 기쁨, 생명의 소중함,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해 배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일대일 맞춤 진로 상담, 다양한 국제교류를 통해 학생들의 진로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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