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건강 여든 간다”… 혈당-혈압-콜레스테롤 먼저 체크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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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건강 리디자인]
[당신의 노후건강, 3040때 결정]혈관건강부터 챙겨라

‘당신의 노후건강, 3040에 결정된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3040세대 독자와 전문가 자문진이 9일 오후 한자리에 모여 결의를 다졌다. 왼쪽부터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가정의학), 김홍민 씨, 김효진 씨, 이승준 씨,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가정의학), 이재철 씨, 김나영 씨.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당신의 노후건강, 3040에 결정된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3040세대 독자와 전문가 자문진이 9일 오후 한자리에 모여 결의를 다졌다. 왼쪽부터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가정의학), 김홍민 씨, 김효진 씨, 이승준 씨,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가정의학), 이재철 씨, 김나영 씨.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한국 ‘3040세대(30대와 40대)’ 중 금연, 절주, 운동 같은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22만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연 △저위험 음주 △꾸준한 걷기 등 이른바 ‘3대 기본 건강생활 습관’을 모두 실천하고 있는 30대와 40대는 각각 23.8%와 25%에 불과했다. 3040세대 10명 중 2명만이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특히 남성의 실천 비율은 30대와 40대가 각각 15.9%와 14.3%에 그쳤다. 의료계에서는 3040 시기를 건강한 노후생활을 하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본다. 이 시기의 건강관리를 통해 50대 이후 만성질환에 노출될지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 ‘2015 건강 리디자인’ 기획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당신의 노후건강, 3040에 결정된다’는 3040세대인 독자들이 직접 참여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아보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로 직장생활 11년째인 대기업 직원 이모 씨(38)는 일주일에 2, 3회 정도 맥주와 소주를 섞은 폭탄주를 5잔 안팎으로 마시는 술자리를 갖는다. 햄버거, 라면, 치킨, 피자 같은 ‘정크푸드’도 주 2, 3회 정도 즐기고, 평소 식사 때는 야채보다 고기 위주 음식을 선호한다.

이 씨가 꾸준히 하는 운동은 출퇴근 혹은 외출 때 빠르게 걷는 것. 그는 “특별히 건강관리를 안 하고 있지만 몸에 이상을 느껴본 적은 없다”며 “건강에 자신 있고, 아직은 식생활 습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안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씨가 지난해 10월 받은 종합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총 콜레스테롤 195mg(dL당·200mg 미만이 정상) △공복혈당 99mg(dL당·100mg 미만이 정상) △혈청GPT 38U(L당·40U 미만이 정상), △허리둘레 85cm(90cm 미만이 정상) 등으로 주요 지표들이 모두 정상이다.

○ ‘커트라인’에 걸린 3040부터 잡아라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씨의 몸이 이미 ‘위기 신호’를 확실히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콜레스테롤, 공복혈당, 간기능(혈청 GPT), 허리둘레 같은 주요 지표에서 모두 간신히 정상 범위 안에 들었기 때문이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당장은 이 씨에게 특별한 문제가 없겠지만,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머지않아 주요 검진 지표들이 이상 범위로 진입할 것”이라며 “40대 중·후반 또는 50대 초반 정도 시점에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3040 시기를 노후 건강관리의 ‘3가지 갈림길’에 놓여 있는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 씨처럼 건강검진 결과를 통해 나타나는 주요 지표의 수치가 ‘커트라인’에 걸려 있는 이들의 경우 본격적인 건강관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3040 시기에 얼마나 제대로 건강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5060 시기와 그 이후에도 비교적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삶 △만성질환에 노출돼 노후 생활의 적지 않은 비용과 에너지를 건강관리에 투자해야만 하는 삶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의 만성질환에 걸려 원래 자기 수명까지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삶 중 하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가정의학)은 “직장생활, 육아, 사회활동 등으로 인생에서 가장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3040세대에게 적극적인 건강관리는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사실상 남의 일”이라며 “특히 겨우 정상 판정을 받은 이들의 경우 ‘나는 건강하다’는 잘못된 확신을 가진 채 지속적으로 건강을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지표부터 꼼꼼히 봐야

매년 한 번씩 직장 건강검진 등을 통해 자신의 건강 지표들을 확인하는 3040세대에게 전문가들은 ‘혈관 건강’과 관련된 지표들부터 면밀히 체크해 보라고 강조한다.

동아일보가 주요 종합병원과 가정의학 부문 전문의원의 의료진 14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결과 지표에서 가장 면밀히 관찰해야 할 지표(복수응답 가능)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혈당(11건·78.6%)을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혈압(9건·64.3%) △콜레스테롤(8건·57.1%) △허리둘레와 간 기능(각각 5건·35.7%) △위 내시경(2건·14.3%) 순이었다.

이 지표들의 경우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확인하는 건 물론이고, 정상 범주에서도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꼼꼼히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이 지표들의 수치가 커트라인에 걸려 있는 수준으로 정상 판정을 받았다면 건강검진을 진행한 의료기관에서 별다른 코멘트가 없더라도 자발적으로 의료진과 상담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의 혈관 건강 지표는 현재 생활습관 평가에 적합하고 동시에 치명적인 심장질환과 뇌혈관 관련 만성질환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라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혈관 건강은 기본적인 신체 노후 상태를 보여준다”며 “장수시대에 얼마나 젊은 상태로 살고 있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늠케 해주는 기본 지표”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3040 시기의 혈관 건강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 중에는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증 같은 혈관 관련 질환의 인지율(유병자 중 의사로부터 정식으로 진단을 받은 비율)이 3040세대에서 낮게 나타난다는 점도 포함돼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30세 이상 전체 고혈압 질환자의 인지율은 65.9%지만 30대와 40대는 각각 19.1%와 43.2%에 그쳤다. 당뇨병 질환자도 전체 인지율은 73.1%지만 30대는 45.7%, 40대는 55.6%였다. 또 고콜레스테롤증은 전체 인지율 49.3%, 30대와 40대는 각각 18.6%와 34.2%였다.

▼ “느는 건 뱃살, 줄어드는 건 근육… 맞춤운동-식사법 알려주세요” ▼

3040 건강프로젝트 참가 5人


“빨리 먹고, 많이 먹고, 밤에 라면을 먹어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나와요.” “일이 많다는 이유로 운동을 거의 못 하고 있어요.”

‘당신의 노후건강, 3040에 결정된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3040세대 독자는 재테크 강사 이재철 씨(44), 은행원 이승준 씨(42),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나영 씨(40·여), 출판사 대표 김홍민 씨(39), 회사원 김효진 씨(34·여) 등 총 5명.

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들은 “예전엔 건강을 과신했는데, 해가 갈수록 몸이 쉽게 피로해지고 특히 복부에 살이 찌며 위염과 대장염 등 각종 만성질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젊을 때 생활습관을 유지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이 가장 얻고자 하는 바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처방.

이승준 씨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데도 늘 피로한데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고, 김나영 씨는 “하루 한 끼밖에 먹지 않는데도 복부에 살이 많은데, 내게 맞는 식습관과 운동법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효진 씨는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없냐”고, 김홍민 씨는 “둔해져서 움직이기 불편한 뱃살을 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이재철 씨는 “과민성 대장염이 있어 여름만 되면 고생”이라며 치료법을 궁금해했다.

건강 리디자인의 1차 목표는 체중 감량을 통한 몸 상태 개선. 정확한 감량 수치는 개인마다 조금씩 달랐다. 이들은 “건강한 인생 후반기를 맞이하기 위해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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