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전국 최초 민관합동 ‘대호지 만세운동’ 주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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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4일 충남 당진시 대호지면 천의장터에서 열린 ‘4·4독립만세운동’ 재현 행사.
지난해 4월 4일 충남 당진시 대호지면 천의장터에서 열린 ‘4·4독립만세운동’ 재현 행사.
충남 당진시 면천면 사기소리와 구룡동 일원에는 승전목이라는 곳이 있다. 이배산과 응산 사이에 S자 모양의 협곡이다. 1894년 10월 서산시 운산면에 집결한 내포지역 동학농민군(1만5000여 명)은 면천을 공격하기에 앞서 이 승전목에 500여 명을 매복시켰다. 매복조는 면천에서 출발해 이곳을 지나던 일본군 90여 명을 기습 공격해 큰 승리를 거뒀다. 동학농민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거둔 유일한 승리였다.

이런 기개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으로 이어졌다. 1919년 3월 10일 당진시 면천면에 위치한 면천보통공립학교에서 충남도내 최초로 학생주도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16세였던 면천보통학교 4학년 원용은 학생이 서울의 3·1운동을 목격하고 당진으로 내려와 동급생 박창신 및 4학년 급장 이종원과 함께 면천면 동문 밖 저수지부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는 광주학생항일운동보다 10년이나 앞선 학생 주도의 독립운동이었다.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원용은, 박창신 학생은 공주형무소에 수감돼 4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일제는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조선왕조의 상징적 의미가 담긴 면천읍성 객사를 허물고 면천보통학교를 지은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곳에서 독립운동이 펼쳐진 것이다. 시는 이 학교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객사 복원을 추진 중이다.

그 3·10만세 운동은 한 달 뒤인 4월 4일 대호지면에서 시작해 정미면 천의장터까지 이어진 독립만세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4·4독립만세운동은 대호지면사무소에서 시작해 천의장터에서 격전을 벌인 당진 지역 최대 규모의 독립만세운동이다. 이 만세운동은 이날 오전 9시 600여 명이 대호지면 광장에 모여 사전에 계획한 대로 30자 높이의 대나무에 태극기를 게양하면서 시작됐다. 이인정 면장의 연설과 남주원의 독립선언문 낭독, 이대하의 애국가 제창, 행동총책 송재만의 선서 및 만세 선창으로 이어졌다. 평화적 비폭력 시위는 일경의 무분별한 탄압으로 무너졌다. 시위대 4명이 총상을 입고 이에 분노해 투석전으로 맞섰다. 이날 항거로 1명이 현장에서 학살당하고 400여 명이 구속됐다. 3명은 나중에 옥중에서 고문으로 숨졌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4·4 대호지 및 천의장터 독립만세운동은 면장과 면직원 등이 참여한 전국 최초의 민관 합동 만세운동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시는 독립운동가 심훈 선생도 기리고 있다. 심훈 선생은 3·1운동에 참여해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돼 옥고를 치렀고 저항시 ‘그날이 오면’ 등을 남겼다. 당진시 송악읍 부곡리에는 그가 농촌계몽소설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가 있다. 시는 가을에 ‘심훈상록문화제’를 열어오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3·1운동 100주년 특집#항일운동#당진시#대호지 만세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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